농가 “열흘 내 비 안오면 큰일”

정부, 166억원 가뭄대책비 지원…“길어지는 가뭄에 김장 때 놓칠 수도…”

2017-06-02     박지호 기자

가뭄이 끝 모르고 지속되고 있다충남 서부와 경기 남부전남 해안가에서 강원도까지 가뭄이 심해지면서 농작물이 크지 못하며 상품성을 잃어가고 있다가뭄 해갈을 도울 단비 소식도 없다. 정부는 피해 지역에 가뭄대책비를 지원하겠단 방침이다농민들은 앞으로 열 흘 동안 비가 오지 않는다면 큰 일이라며 걱정한다.  

  
업계 고민도 깊다식자재 유통 기업 입장에서는 제때 수확된 농작물을 제때 가공해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뭄으로 수확이 늦어지면 그만큼 판매 시기도 뒤로 밀리게 된다. ‘를 놓쳐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2일 국민안전처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국토교통부기상청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 누적 강수량은 161.1로 평년의 54% 수준이다전국 저수지도 마르고 있다올해 국내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58%다. 평년(73%)의 80% 수준이다. 지역 별로는 경기 지역이 35%, 충남이 41%로 낮게 집계됐다
  
저수율이 평년의 50% 이하면 심각단계다경기도 평택화성안성충남 서산홍성예산에 심각이 내려졌고평년의 60~51% 수준에 부여되는 주의’ 단계는 경기 용인충남 보령에 발령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통합물관리 상황반 회의에서 전국 가뭄 대책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가뭄대책비 116억원(국비 93억원·지방비 23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더불어 저수지 준설 사업비 50억원도 투입한다이번 지원 결정은 지난달 29일 국민안전처가 경기와 충남지역에 특별교부세 70억원을 지원한 것과 연장선에 있다
  
가뭄이 길어지자 농작물 성장과 수확이 지체되고 있다농가는 농산물 가격이 높지도 않은 상황에서 수확량도 줄어들어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토로했다강원도 영월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가뭄이 장난이 아니다너무 가물어서 용수를 대지 않은 곳에서는 작물이 자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배추뿐 아니라 감자고추 등이 한창 클 시기인데 그러질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 농산물 값이 비싸지도 않아서 양이라도 많이 나와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다른 농민도 배추가 타 죽고 결구(배추 따위 채소 잎이 여러 겹으로 겹쳐서 둥글게 속이 드는 일)도 안 된다면서 앞으로 열흘 지나도 비가 오지 않으면 정말 큰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했다그는 또 어제는 소나기가 왔다그래봤자 5 수준이다. 20 정도라도 확 쏟아지면 좋을텐데”라고 털어놨다
  
식자재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는 거다지금은 씨를 뿌려야 할 때다배추로 따지면 정식(온상에서 기른 모종을 밭에 내어다 심는 일)’을 벌써 했어야 했는데지금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수확 시기도 늦어진다제때 수확해서 김장을 해야 하지만 가뭄 탓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더위도 문제로 지적된다이 관계자는 또 무더위가 올해처럼 빨리 시작되면 나중 수확 시기에 배추가 타들어간다좋은 배추가 나올 수 없는 것이다”며 엄청 더웠던 지난해 여름에도 배추가 흉작이었다올해에도 날씨가 전혀 받쳐주지 못하고 있어 작년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왼쪽 다섯번째)가 1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마둔저수지를 찾아 가뭄 피해 상황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