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제도 악용 심각…대상업체 전수 조사해야

실습생 1인당 임금체불액 104만원…참여연대 "제도 근본 손질을"

2017-06-01     정지원 기자

지난 1월 한 통신사 고객센터에 현장실습생으로 근무하던 특성화고 3학년 홍모양이 자살해 큰 충격을 안겼다. 홍양이 사망 전 아버지에게 남긴 마지막 문자는 “아빠, 나 콜 수 못 채웠어”였다. 이처럼 교육목적으로 파견된 현장실습생이 사실상 근로자의 업무를 담당하면서 저임금 근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업체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을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용노동부가 올해 하반기 현장실습이 실시되기 전에 현장실습업체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여연대가 지난달 발표한 현장실습실시업체 임금체불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임금체불 사업장 비율은 수시감독 사업장(73.3%)·현장실습업체(66%)·정기감독 사업장(64.2%) 순이고 1인당 임금체불 규모는 현장실습업체가 122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대책회의 및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구성원들이 4월 28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특성화고·마이스터고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중단하고 실습생의 권리가 보장되는 대안적인 직업교육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 사진=뉴스1

현장실습실시업체의 임금체불 관련 근로기준법 위반율은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정기감독 대상 취약사업장과 비슷하거나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실습실시업체의 1인당 체불액은 122만원이다. 이중에서 일반노동자를 제외하고 현장실습생의 노동조건만 확인하면, 현장실습생 77명에 대해 약 800만 원의 임금체불이 적발됐다. 한편 정기감독 대상 취약사업장의 1인당 체불액은 118만원, 수시감독 대상 취약사업장의 1인당 체불액은 98만원이었다.

참여연대는 “학생들이 실습이라는 미명하에 노동조건이 취약한 사업장으로 내몰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기준으로 판단할 때, 현장실습실시업체의 임금 관련 노동조건은 노동법을 위반했거나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정기감독 대상 취약사업장’과 비슷하거나 더 열악한 수준”이라고 했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현장실습이 실시되는 업체가 임금 떼어먹기 혹은 빼먹기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업체라는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킨다”며 “노동조건의 수준을 보여주는 가장 기초적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임금체불 발생률이 높은 점, 임금관련 근로기준법 위반율이 ‘정기감독 대상 취약사업장’과 높거나 비슷하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말한다.

참여연대는 “올해 현장실습이 실시되기 전에 특성화고 현장실습업체에 대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혹은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전수조사를 진행해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하기에 적절한 업체인지에 대한 판단 후 현장실습이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장실습실시업체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조사 혹은 관리·감독이 없이 2017년 하반기 현장실습을 강행하려는 교육부 등 관계 부처의 태도는 매우 무책임하다 할 수 있다. 특성화고 학생을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내몰고 있는 현장실습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현장실습생 제도를 전면 중단하고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파견형 현장실습에는 ‘실습’이라고 이름 붙일만한 교육 프로그램이 전혀 없다”며 “현장실습은 젊은 노동자를 억지로 인기 없는 일자리로 공급하는 파견업체 역할을 맡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