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상 시상식에 삼성 일가(一家) 빠진다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가 전원 불참…위기상황 반영

2017-06-01     엄민우 기자
2015년에 열린 제25회 호암상 수상자 축하 만찬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홍라희 여사가 참석하는 모습. / 사진=뉴스1

올해 호암상 시상식은 삼성일가 전원이 불참한 채 열리게 됐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일가 일부만 자리한 적은 있어도 아무도 참석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삼성일가가 처한 급박한 상황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1일 오후 삼성 창업자 호암(湖巖) 이병철 회장을 기려 제정된 호암상 시상식이 열린다. 호암상은 호암의 인재 제일주의를 기리기 위해 이건희 회장이 1990년 제정했다.

호암상 시상식은 이씨 일가의 중요 가족 행사와도 같았다. 과거엔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삼성일가 전원이 참석해왔고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한 이후에도 나머지 가족은 참석해왔다. 2015년 이재용 부회장이 시상식에 참석했을 때 재계는 그의 첫 대외 행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시상식엔 나오지 않았지만 만찬엔 참석했다. 올해는 만찬마저도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호암재단 관계자는 “올해 시상식에 (이건희 회장)가족 분들은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은 법정 구속 상태고 홍라희 여사는 리움 관장직을 사퇴하며 사실상 모든 대외 활동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한 사태다.

 

일각에선 이서현 사장과 이부진 사장은 참석하지 않겠냐는 분석도 있었지만 결국 참석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두 사람(이부진‧이서현)만 참석해서 괜히 불필요한 뒷이야기를 만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촐하게 치러질 이번 호암상이 현재 삼성일가가 처한 위기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재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3년 째 병석에 누워있고 이재용 부회장은 아직 후계자가 되가는 과정 중 재판을 받고 있다. 홍라희 여사도 공식 활동을 접었다. 사실상 두 딸을 제외하곤 삼성의 공식 활동에서 모두 빠져있다시피 한 상태다.

다만 올해 호암상은 스벤 리딘 전 노벨화학상 위원장이 참석해 축사를  하고 삼성 사장단 등 각계 인사 500여 명이 자리를 채워 시상식의 취지와 호암의 뜻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호암상 수상자는 최수경 경상대 교수(과학상), 장진 경희대 석학교수(공학상), 백순명 연세대 교수(의학상), 서도호 현대미술작가(예술상), 안규리 서울대 교수·라파엘클리닉 대표(사회봉사상) 등 5명이며 각각에게 3억 원 씩 수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