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된 ‘초대형 TV’ 지속 가능성은 ‘글쎄’

삼성·LG 프리미엄 전면전…수익성 돋보이지만 장기 수요 불투명

2017-05-30     고재석 기자
LG전자 모델들이 'LG SIGNATURE 올레드 TV W'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LG전자

불가능하리라 여겨지던 ‘1인 1TV’ 시대가 현실화했다. 다만 크기는 각각 사뭇 다르다. 누군가는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통해 OTT(Over the Top)를 시청한다. 같은 시간에 또 다른 누군가는 여유로운 크기의 거실에 앉아 3000만원 넘는 대형 TV로 시선을 고정한다. 작은 주거공간에서라도 제법 괜찮은 화질이나마 감상하고 싶은 이들은 TV 겸용 PC 모니터를 활용한다. 일종의 격차인 셈이다. 누구나 영상을 시청하고 싶어도 아무나 초고화질 대형TV를 볼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상황서 국내 전자투톱인 삼성전자·LG전자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수천만 원짜리 초대형 TV로 사활을 건 싸움을 펼치고 있다. 다양한 수요 중 ‘여유 있는 소비자’를 집중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발 추격 등 불가피한 원인이 작용한 탓이 크다. 일단 아직까지는 고급화 전략이 수익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1인가구 증가 등 변화한 인구사회 상황이 TV시장 격차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삼성·LG의 프리미엄 TV 전면전, 수익성 도드라져

3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LG전자의 프리미엄 TV 시장 경쟁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양상이다. 모바일 시청행태가 본격화한 가운데서도 수천만 원 짜리 TV가 잇달아 시장에 나오고 있다. 특히 ‘기술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경쟁의 양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QLED TV를 앞세운 삼성전자는 최근 55형, 65형에 이어 75형으로 라인업을 늘렸다. 75형 QLED TV의 경우 평면타입 ‘Q7’과 커브드타입 ‘Q8’의 가격이 각각 1040만원, 1190만원으로 책정됐다. QLED TV는 최신 디스플레이 소재인 메탈 퀀텀닷 반도체를 사용했다. 이 덕에 컬러볼륨을 100% 표현하는 게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화질 측정 소프트웨어 1위 업체 스펙트라칼(SpectraCal)과 손잡고 디스플레이 색을 조정하는 기술도 QLED TV에 적용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최근 3300만원에 달하는 TV를 내놓아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크기는 삼성전자 QLED보다 조금 더 큰 77형이다. 2월 말 먼저 출시된 65형(163cm)보다도 커졌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W’는 설치 시 두께가 6mm 안팎에 불과하다. LCD(액정표시장치) TV와 달리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서 두께를 얇게 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 덕에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17’에서 최고상 수상작이 됐다.

성적은 좋다. LG전자의 경우 TV매출 비중이 80%가 넘는 HE사업부문(TV, 모니터, PC 등) 전체 매출이 올해 2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50% 넘는 프리미엄 비중 덕이다. 삼성전자는 퀀텀닷 TV와 커브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증가로 매출이 늘었다. 두 업체 모두 TV시장서 프리미엄 전략에 몰입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두 업체의 끝없는 ‘프리미엄 굴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일단 중국발 추격이 거세다. 하이센스와 TCL이 선두주자다. 하이센스와 TCL은 CES 2017에서 각각 ULED TV와 QUHD TV를 공개했다. 두 제품 모두 8KTV다. 8K는 기존 4KTV보다 해상도가 훨씬 뛰어나다. 해상도가 뛰어날수록 화면은 커져야 한다. 즉 중국의 추격도 대화면에서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전자투톱은 ‘보다 더 크게’ 만들면서도 ‘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TV로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삼성전자 모델들이 29일 QLED TV 'Q8(커브드)' 75형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물론 부수적 호재도 있다. 차별화 된 TV가 각광받으면서 LCD에서 OLED로 관심사가 이동하고 있어서다. 이 덕에 TV용 OLED 패널을 유일하게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가 수혜를 봤다. ‘왕년의 강자’ 소니(SONY)를 포함해 일본 업체들도 OLED 진영에 합류하면서 호재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 늘고 있는 1인가구, 딜레마 우려 커질 프리미엄 전략

문제는 프리미엄 시장 중심 성장이 자칫 앞으로 딜레마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을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내놓은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 비율이 전체의 27.2%에 달했다. 2인가구와 합치면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당장 이에 따라 주거공간도 바뀌고 있다. 주거와 TV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거실이 줄어들면 대형 TV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이러다보니 관심 받는 게 PC와 TV 겸용으로 쓰이는 모니터다. 이 같은 모니터는 20만~30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거실 공간이 마땅치 않은 혼자 사는 가구 입장에서는 실용적 선택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모니터가 TV의 완벽한 대안으로 자리 잡은 건 아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4월에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 중인 24~32인치 TV 겸용 모니터 8개 제품 시험 결과 표시된 제품 성능보다 실제 기능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제품 중에는 LG(24MT48DF), 삼성(LT24D590KD) 브랜드 TV 겸용 모니터도 있었다. 즉 어디까지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족한 공간과 저렴한 가격을 감안한 불가피한 선택일 뿐이다.

결국 업계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프리미엄 시장’의 지속 가능성이 의심되는 상황이고 젊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제품 사고 싶어도 못 사는’이 상황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장 분화 양상이 앞으로도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거공간과 미디어와의 관계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장민지 대중문화평론가는 “TV 대형화의 동력 중에는 콘텐츠 고급화도 있다. 넷플릭스가 옥자를 왜 내놓겠나. 텔레비전에서도 영화관 수준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주거공간이 있고 셀프 영화관을 만들 만한 계층은 끊임없이 이 시장의 소비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박사는 이어 “결과적으로 그 바깥 시장에 있는 소비자 사이에서는 주거 공간 축소 탓에 TV 하드웨어를 소비할 여력이 감소한다. 다시 하이엔드나 니치마켓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늘고 있는 1~2인 가구는 TV와 PC겸용 모니터 등을 실용적 대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