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맨 하소연 “열심히 하면 정규직 시켜준다더니…”

일방적 계약 해지에 블랙박스 감시까지…사측 “사실과 달라” 반박

2017-05-30     박지호 기자

열심히만 하면 정규직 시켜주겠다고 해서 다들 그걸 믿었는데….

 

국내 1위 소셜커머스 기업 쿠팡의 자체 배송인력인 쿠팡맨 해직 사태가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당초 쿠팡맨의 열악한 업무 환경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새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도화선이 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30일 쿠팡 사태대책위원회(대책위)의 강병준(창원지역 쿠팡맨)씨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현직 쿠팡맨 75명의 탄원서를 제출하고, 정의당 당사를 방문했다. 이에 따라 양측 간 갈등이 장기화 될 양상이다.

 

대책위 측은 사측이 비정규 직원들을 계약만료를 이유로 자르고, 그 자리를 다시 신규직원으로 채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측이 비정규 사원의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이른바 인력 물갈이를 하고 있다는 요지다. 또 차량 내부 블랙박스에 녹음된 직원 간 통화 내용으로 내부 징계를 내렸다고도 주장했다.

 

정규직 전환 피하려 인력 물갈이’”

 

대책위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두 달 사이 총 216명을 계약 해지했다. 이들의 평균근속기간은 10.4개월이다. 이들 중 64%139명은 근속기간 6개월 만에 사측으로부터 기간만료 통지받았다. 근속기간 12개월은 3, 18개월은 65, 24개월은 9명이다. 두 달간 계약 해지된 216명은 전체 쿠팡맨(2237)9.65%에 달한다.

 

이렇게 계약직으로 고용된 쿠팡맨 216명은 결국 계약만료를 이유로 회사를 떠나게 됐다. 쿠팡은 쿠팡맨과 6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지만, 특별한 사고가 없으면 계약을 연장하는 게 관례라고 강 씨는 설명했다.

 

강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6개월로 계약을 한다. 관례적으로 2년까지는 계약 연장이 된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못해도 2년은 채운다는 식이었다면서 사측은 계약 당시 열심히만 하면 정규직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다들 그걸 믿고 들어왔지만 어느 순간 태도가 바뀐 것이라고 토로했다.

 

쿠팡의 이같은 해직 결정은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측은 비정규직 사원을 2년 넘게 고용하면 의무적으로 해당 직원을 정규직으로 바꿔야 한다. 강씨는 “6개월 기간제 계약을 이유로 손쉽게 계약 만료 해고하면서, 신규채용을 확대해 인력 물갈이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책위에 따르면 고용의무가 적용되는 2년 기한에 달하기 직전에 계약 만료 해고된 인원은 9명에 불과하나, 입사 6개월만에 계약만료 해고된 인원은 139명이며 이는 전체 직원의 6.35%에 달한다.

 

숙련 인력이 떠나고 신규 채용이 늘면 기존 쿠팡맨의 업무 강도는 높아진다. 강씨는 높아진 업무 강도로 온 몸에 골병이 들었다고도 털어놨다. 이는 남은 인원의 자연퇴사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게 대책위 설명이다. 강씨는 지난 3년간 112시간 노동시간 대비 기본배달 처리 건수가 130건에서 150건으로, 180건에서 220건까지 올랐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하루 270건까지 처리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쿠팡맨은 한 가구당 배송을 3분 내에 처리해야 하는 과중한 업무량으로 인해 항상 안전 사고에 노출돼 있는 경우가 많다. 강씨에 따르면 이들 쿠팡맨들은 휴게시간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30일 쿠팡 대책위 강병준(창원지역 쿠팡맨)씨가 오전 10시에 서울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서 광화문 국민인수위원회에 전·현직 쿠팡맨 75명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사진=박견혜 기자
사측이 쿠팡맨에 밝힌 계약 해지 사유도 마땅찮다. 강 씨는 문 대통령에게 제출한 탄원서에서 “3월쯤 쿠팡 창원지역에서 배송실적이 1등이었던 동료가 사전 통보 없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그 다음날부터 출근을 못하게 됐다면서 동료는 계약 해지 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계약이 연장될 것으로 알고 정상출근을 했지만, 쿠팡은 동료들과 작별의 시간도 주지 않고 계약해지를 해버렸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계약 해지 이유로는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 적발 등이 꼽힌다. 하지만 강 씨는 이 같은 이유가 계약 해지 사유로 충분치 않다고 주장한다.

 

강씨는 이전에는 더한 사고를 친 사람들도 계약 연장이 돼왔다면서 사측은 꼬투리를 잡으려고 불만건수, 신호위반, 주정차 딱지를 떼었다던가, 과속 등 한 두 건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 일반적인 계약 해지 사유라고 볼 수 없다고 털어놨다.

 

블랙박스로 노동 감시도

 

대책위는 쿠팡이 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노동자를 감시했다고 주장한다.

 

대책위에 따르면 2017425일 창원지역 쿠팡맨들이 차량 내부에서 스피커폰을 통해 통화한 내용을 근거로, 해당 지역 관리자가 블랙박스에 녹음된 통화 내용을 취집해 본사에 보고하고, 이를 여타 직원들에게 공개하고 내부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강씨는 동료들이랑 회사에 대한 불만을 차 안에서 통화한 것”이라면서 블랙박스의 본래 용도가 직원 감시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대책위는 사측의 이 같은 블랙박스 감시 행위를 통신비밀법 위반 등으로 고소조치를 할 예정이다.

 

다만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쿠팡 관계자는 “일단 사측이 쿠팡맨을 해고한 것이 아니다. 해고와 계약 해지, 계약 재연장을 하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크다면서 쿠팡은 7개 중과실 교통사고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해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책위가 주장한 것처럼) 단순한 주차 위반, 신호위반 사례로 계약 해지를 결정하지 않는다​면서 업무 자세, 업무 효율성, 동료 평가 등 다양한 부분으로 평가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