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K이노 사장 “배터리·화학 집중적으로 키우겠다”
‘딥체인지 2.0’ 가동…“사업·수익구조, 아프리카 초원 경쟁환경에 적합토록 탈바꿈”
2017-05-30 원태영 기자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30일 서울 서린동 SK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딥 체인지 1.0으로 짧은 여름과 긴 겨울의 ‘알래스카’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만큼, 이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경영 전쟁터를 아프리카 초원으로 옮기는 딥 체인지 2.0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딥 체인지(Deep Change)’는 SK그룹이 성장 정체에 빠진 그룹 및 각 계열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체질개선 방안으로 최태원 회장이 도입한 경영법이다. 아프리카 초원은 약육강식의 룰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알래스카와 달리, 경쟁력만 있으면 생존과 성장에 제약이 없는 시장을 의미한다. 김준 사장은 새로운 사업과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치열하게 성장하겠다는 의미로 아프리카 초원을 예로 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준 사장을 비롯해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 지동섭 SK루브리컨츠 사장, 최남규 SK인천석유화학 사장, 송진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 등 SK이노베이션 계열 사장과 각 본부장들이 참여했다.
김 사장은 “차세대 먹거리로 배터리·화학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을 지속 성장이 가능한 구조로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딥 체인지를 통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과 올 1분기 조 단위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2014년말 8조원에 육박하던 순차입금을 1조원 미만으로 줄이는 등 새로운 성장을 위한 충분한 체력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또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등장,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기술의 진보 등으로 인한 사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도 딥 체인지를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되는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딥 체인지의 큰 두 갈래 방향으로 ▲안 하던 것을 새롭게 잘하는 것 ▲잘하고 있는 것을 훨씬 더 잘하는 것을 제시했다.
이 중 안 하던 것이 바로 배터리와 화학이다. 김 사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배터리와 화학 분야를 집중 공략하는 딥 체인지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중심으로 글로벌 No.1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투자는 선제적으로 과감하게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를 포함한 배터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25GWh였으나 2020년엔 110GWh, 2025년에는 350∼1000GWh로 초고속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수주 현황 등을 반영해 생산량을 지난해 말 1.1GWh에서 2020년에는 10GWh로 늘리고, 2025년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3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또 내년까지 1회 충전으로 500㎞를 갈 수 있는 배터리를, 2020년 초까지 700㎞를 갈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하기로 했다.
화학 사업의 경우 현재의 국내 생산, 기초 화학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내수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소비지 중심 생산능력 확보 ▲고부가 분야인 포장재(Packaging)와 자동차용 화학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인수합병(M&A)도 과감하게, 지속적으로 할 방침이다. 이미 고부가가치 패키징 분야 시장 확보를 위해 미국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을 인수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런 전략을 바탕으로 SK종합화학을 글로벌 10위권 화학 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원래 잘하고 있던 전통적 사업 분야인 석유와 윤활유, 석유개발 사업은 글로벌 파트너링 확대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추가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딥 체인지를 추진키로 했다.
석유사업은 동북아-동남아-중동을 연결하는 이른바 3동(東) 시장에서 생산-마케팅-트레이딩 연계 모델을 개발하고, 글로벌 파트너링을 통해 이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특히 동북아에서는 원유 공동 조달 (Sourcing) 및 반제품 교환 (Swap) 등 수급 분야에서 협력 모델을 찾고, 북미에서의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것도 추진할 예정이다.
윤활유사업은 고급 윤활유의 핵심 원료인 그룹III 기유 시장에서의 글로벌 1위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해 안정적인 성장과 함께 수익구조 개선도 함께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석유개발사업(E&P)은 저유가로 수익성은 악화됐지만 저유가에서도 사업기회가 존재하는 만큼 전통자원은 베트남, 중국 중심으로, 비전통자원은 북미에서 균형 잡힌 성장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
김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는 딥 체인지는 에너지·화학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플러스 알파(+α)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위해 현재의 딥 체인지도 새로운 딥 체인지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