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잇단 산재 사고는 예고된 人災"

노동계 "혼재작업·하청노동자 과도한 비율에 사고 위험 상존…회사의 부실 안전관리체계도 눈총

2017-05-17     정지원 기자

'하인리히 법칙'은 큰 사고가 나기 전에는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이론이다. 예방 조치를 무시하다가 결국 큰 사고를 당하는 경우에 들어맞는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크레인 충돌사고로 인한 작업 중지가 풀린지 이틀만인 17일 화재가 발생하자, 노동계는 삼성중공업의 안전관리체계와 작업환경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김이춘택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평소에도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은 ‘불나면 다 죽는다’는 얘기를 종종 했다”고 밝혔다. 최근 발생한 두 건의 산재 사고 모두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다. 그는 삼성중공업 작업환경의 위험요소로 ▲작업현장에서 이질적인 몇몇 업무는 지근거리에서 작업하면 사고 위험이 있는데도 좁은 공간에서 함께 작업하는 이른바 ‘혼재작업’이고 ▲과도한 하청노동자 비율이 사측의 안전관리를 어렵게 한다는 점 등을 꼬집었다. 

 

17일 오전 10시 7분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 내 피솔관 건물 옆 공기 압축기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불을 끄고 있다. / 사진=뉴스1
17일 오전 10시7분 삼성중공업 화재는 거제조선소 근로자 사무실인 '피솔관' 옆 공기압축실 냉각설비 내에서 에어컨 관련 시설인 옥외 액화 공조기에서 발생했다. 경찰 측은 냉각탑을 딛고 올라가는 발판 용접 작업 도중에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불은 25여분 만인 10시 32분 완전히 진압했다. 당시 냉각설비 근처 작업자들은 불이 난 직후 급히 대피해 다행히 다치진 않았다.

앞서 지난 1일에는 삼성중공업에서 크레인 충돌 사고로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고용노동부는 삼성중공업에 대해 전면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가 15일부터는 사고현장을 제외한 모든 작업장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17일 작업 재개 이틀만에 또 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이어진 사고 두 건은 종류가 다르긴 하지만 혼재작업, 과도하게 높은 하청노동자 비율 등의 조건 때문에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이 산재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이김춘택 사무장은 “해당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평소에도 혼재작업에 불안해하며 ‘여기서 불이 나면 모두 죽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며 “다행히 이날 화재는 공장 외부에서 발생해서 인명피해를 모면했지만, 작업현장에서 불이 났다면 큰 인명 피해가 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작업장에서의 ‘혼재작업’은 각종 산재의 주범으로 지적됐다. 이 사무장은 “혼재작업은 용접, 열선 등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면 위험한데도 이를 무시하고 이뤄지는 작업행태를 말한다. 예컨대 10명 정도가 일할 수 있는 현장에 30명이 들어가서 각기 다른 일을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장은 “이런 혼재작업이 화재의 주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과도한 하청노동자 비율도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사무장은 “정규직, 직접고용이 거의 없는 고용구조 탓에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가 제대로 관리되기조차 어렵다. 이는 안전상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삼성중공업의 경우 본사 정규직(약5000명)은 20% 미만이고 하청노동자(약 2만5000명)가 80% 이상”이라며 “하청노동자 2만5000명은 하청업체 130개에 속해 있다. 같은 장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소속이 다 다르다”고 덧붙였다.

한편 근로자들의 귀한 생명을 소홀히 다루는 듯한 회사의 부실한 안전관리체계도 눈총을 받고 있다. 경찰은 회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피해 규모와 화재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대해 화재 관련 일부 공정을 대상으로 부분 작업중지명령을 검토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화재가 발생한 공정에서 근로자들이 안전규정을 준수했는지 등을 중점 검토하고 있다. 또 사측의 안전관리체계에 문제가 없는지 등도 들여다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