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꺾기 근절" 당국 엄포 공염불 그칠 듯
대출 1개월 경과뒤 꺾기는 대출인이 증거 제시해야…은행 눈치보느라 누가 소명하겠나
은행권 꺾기 해결이 난망이다. 대출 1개월 경과후 이뤄진 은행 상품 가입의 경우 차주 의사에 반한 은행 강요라는 증거가 있어야 규제할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인들은 은행과 거래 관계를 위해 제보나 소명을 하기 어렵다.
꺾기는 은행이 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차주의 의사에 반해 은행 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다. 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차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불공정 행위로 은행법상 금지되고 있다. 대출 후 한달 안에 이뤄진 상품 가입은 은행법상 꺾기로 간주된다.
문제는 대출 1개월 경과후 이뤄진 은행 상품 가입이다. 이 경우 차주의 의사에 반한 것인지 증명해야 제재할 수 있다. 자금이 긴급히 필요하거나 은행과 거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중소기업인 입장에서는 대출후 1개월이 지난뒤 일어난 꺾기에 대해 제보하거나 소명하기 어렵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시중·지방·특수은행 15곳이 대출 해주고 1개월~2개월 내 보험, 예적금, 펀드 등 가입을 받은 건수는 6만6714건이다. 1년전 6만1916건보다 3798건 늘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최근에도 은행 꺾기로 인한 애로사항 건의가 몇 건 있었다"며 "중소기업인들은 꺾기를 당해도 은행과 거래 시 불이익 당할 우려에 대부분 신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 1개월 경과후 이뤄진 은행 상품 가입 건은 강제라는 증거가 있어야 규제할 수 있다"며 "대출자의 제보가 없는 한 꺾기를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점을 알고 있으나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은행업감독규정을 개정해 25일부터 은행 꺾기 과태료를 이전보다 12배 가량 올렸다. 과태료가 평균 38만원에서 440만원으로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과태료 강화가 꺾기 근절로 이어질지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조윤미 금융소비자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문제는 과징금 수준이 아니다. 갑을 관계에서 을의 위치인 대출자가 꺾기를 거부하거나 제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이러한 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꺾기를 유인한 은행 직원과 법인에 과태료 뿐 아니라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꺾기 피해자가 제보시 불이익 없이 피해를 입은 부분에 대해 자동적으로 보상을 받을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