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경쟁적 복지정책…국가재정 '빨간불'
국가채무·재정적자 규제 재정건전화법 제정 요구 커져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저출산·고령화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국가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 국가채무로 인해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 되면 머지않아 국가재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6 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 지난해 정부의 국가채무(중앙정부+지방정부)는 627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5조7000억원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38.3% 전년도보다 0.5% 증가했다.
국가채무는 1997년 GDP대비 11% 수준인 약 60조3000억원이었다. 이후 2003년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소요된 공적자금의 국채전환 등으로 GDP 대비 20%를 초과했다. 비교적 안정적 수준이었던 국가채무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0%대를 넘어섰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국가채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올초 재정보고서에서 “국가채무는 경기부양을 위한 지출확대와 더불어 경기둔화에 따른 세입여건 악화로 더욱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정여건에 대한 정부의 생각도 비슷하다. 기획재정부는 2060년 장기재정전망에서 “잠재성장률 둔화로 재정수입 증가세 약화, 복지제도 성숙,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관련 지출이 크게 증가하는 등 미래 재정건전성의 압박요인이 있어 장기 재정여건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재정수입에 대한 명확한 대책 없는 대선주자들의 경쟁적인 복지정책도 차기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 모두 기본소득, 기초연금 등 막대한 재정지출이 예상되는 복지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정전문가는 “복지예산이 확대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증세 등 재정수입에 대한 명확한 대책 없이 복지만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현재 나오고 있는 복지대책들이 실행되려면 부자증세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재정파탄에 대비해 재정건전화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법은 국가채무 한도와 재정적자를 각각 GDP 대비 45%, 3% 이내로 유지하고 신규 의무지출 정책을 추진할 때 재원 확보를 위한 대책을 함께 검토해야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정부가 발표한 재정준칙(국가채무의 경우 GDP 45% 이내)의 이행여부 모니터링과 재정성과 평가의 독립성을 위해 독립적 재정기관을 설치하자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현재 캐나다(의회예산처), 영국(예산책임청), 스웨덴(재정정책위원회), 미국(의회예산처) 등이 이런 권한을 갖고 있는 재정기관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