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 디지털화'는 양날의 칼
퇴근후 업무 이어지는 '카톡 지옥' 피해야…장점 극대화할 '독일의 노동4.0' 주목을
4차 산업혁명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노동, 즉 '노동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하는 가운데, 노동과 생활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동 전문가들은 이른바 스마트워크(smart work) 시대가 도래했지만 퇴근 후에도 날아오는 카톡 등 업무지시 때문에 근로자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4차 산업혁명으로의 이행과 더불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퇴근 후 카톡 금지…주목받는 '노동과 생활의 분리'
지난달 25일 증권 7개사 노사가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를 골자로 하는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통신수단 등을 통한 업무지시를 근무 시간 내에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교보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SK증권, NH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 사용자들은 최근 각 회사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와 통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6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일명 퇴근 후 카톡금지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사용자가 법에서 정하는 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에 전화나 문자 메시지, SNS 등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해 업무에 관한 지시를 내리는 등 근로자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법제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해당법안의 검토보고서에서 "입법취지는 타당하지만 업무시간 외라도 긴급한 연락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업종별로 여건 차이가 크기 때문에 법률로 일괄해 금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현실적 집행가능성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동 4.0과 인더스트리 4.0
반면 독일은 한국보다 4년 빠른 지난 2012년에 업무시 정신적 부담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속노조가 정부에 '안티스트레스 법안'의 입법화를 요청했다. 근로자의 개인적 여가시간 중 이뤄지는 업무상 연락이나 업무 수행과 관련해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을 명확히 구분하는 조치를 취하자는 내용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노동 디지털화에 따른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법제도적으로 보완하려는 '노동 4.0'이 자리하고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을 경제혁신전략으로 추진하는 한편, 이에 더불어 노동 4.0(Arbeiten 4.0)을 대응전략으로 정부차원에서 논의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말 노동 4.0에 대한 백서를 펴냈고, 앞으로도 논의가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디지털 노동의 긍정적인 면을 활용하면 일가정양립, 저출산에 다르게 접근해볼 수 있다. 디지털 노동 덕분에 근로시간과 장소가 유연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 4.0 안에는 근로시간 유연화, 재택근로 등 시간, 공간상 노동 유연화에 대한 고민도 포함돼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유연화는 일과 생활의 균형 달성을 위한 기회를 비롯해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며 “시간과 장소의 유연화는 지식집약적 직업에서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노동의 디지털화라는 변화를 고려할 때, 정보통신기술로 인해 지금보다 유연화가 한층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시간과 장소에 강하게 구속되어 있던 직업들도 이러한 변화의 영향을 받게될 것”이라며 “확대된 유연성은 기업 경영과 근로자 참여와 관련해 새로운 도전과제를 수반할 것이며, 그로 인해 책임과 중재 구조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