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롯데, 50주년 맞아 '질적 성장' 새 비전으로

"숫자적인 목표 추구하지 않겠다"…황각규 사장 "최근 악재, 굿컴퍼니로 가는 계기 삼을 것"

2017-04-03     김지영 기자

중국 정부의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검찰 수사 등 외부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창립기념식에서 롯데그룹은 그룹의 새 비전으로 질적 성장을 내걸었다. 이는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혁신안을 통해 발표한 질적성장 방안을 구체화하며 한걸음 나아갔다. 

3일 오전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사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창립 50주년을 맞은 그룹의 새 비전과 경영 방침을 소개했다. 간담회에는 경영혁신실 임병연 가치경영팀장이 참여해 롯데그룹의 새로운 비전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롯데는 새로운 그룹 비전으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내걸었다. 신동빈 회장은 앞서 지난해 10월 발표한 그룹 혁신안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영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한 것에 이어 가이드라인을 구체화 한 셈이다. 롯데는 비전 실현을 위해 △투명경영 △핵심역량 강화 △ 가치경영 △현장경영을 선정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4가지 질적 성장 가이드 라인도 설정했다. 지속가능한 성장률 확보, 경제적 부가가치, 미래 가치 창출, 사회적 가치 지향 등이다. 롯데는 해당 산업의 성장률 상회, 경쟁사의 평균 성장률 상회 등을 성장 목표로 삼았다. 또 주주와 채권자가 기대하는 기대 수익률 중심으로 사업성을 분석할 계획이다. 미래성장이 담보될 수 있는 균형적인 투자와 고용 창출 등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현장경영을 통한 정확한 상황진단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날 프레젠테이션을 맡은 임병연 롯데그룹 가치경영팀장은 “저성장 시대, 4차 산업인 첨단 IT산업으로 무장한 기업들과 경쟁, 동반 성장에 대한 요구 등으로 기업 환경이 어려워졌다”며 “이런 상황변화 속에서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위해 내부적인 검토를 통해 숫자적인 목표를 비전으로 하지 않기로 했다” 고 밝혔다. 임 팀장은 “상반기 내에 BU 계열사와 함께 경영 비전을 담을 수 있는 관리지표를 상반기에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식 석상에 참석한 황각규 사장은 최근 중국사업 등 현안에 대해서도 밝혔다. 황사장은 “중국 마트는 실무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 지적 사항을 개선한 후 오픈 신청을 해 둔 상황이지만 중국의 속내를 알 수 없어서 앞으로의 추이는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사업 철수설에 관해서는 “중국에 진출한지 꼭 20년이 된다”며 “한국 사업도 1조 달성하는데 17여년이 걸린 만큼 중국 사업은 아직 투자하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사장은 “과거 2년사이 벌어진 일련의 상황은 롯데그룹이 굿컴퍼니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모든 면에서 어렵지만 내수 진작과 경제 발전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2009년 3월, 2018년 아시아글로벌탑10그룹이라는 비전 수립했다. 1984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이후 연평균 17%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10년안에 아시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추산에서다. 이후 2012년까지 빠르게 매출 성장해 사업 규모가 2배 가까이 커졌다.

사업 영역도 크게 확대됐다. 식품, 유통, 화학, 관광서비스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식품에서는 처음처럼과 맥주 신공장을 인수해 주류 사업에 진출했다. 유통에서는 하이마트 인수 후 가전 양판점 사업에 진출했다. 화학에서는 ADS, 관광서비스는 KT렌탈 인수로 인접 사업들을 확대, 신규 사업도 전개했다.

외형 성장 덕분에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향상됐다. 아시아에서 48위였던 브랜드 순위가 2012년 17위까지 올랐다. 2009년 비전 수립이전 6개 국가에 불과했던 해외 사업도 23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최근 2년동안 그룹 내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주력 사업의 성장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그룹내 경영권 분쟁, 검찰 수사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됐다. 지난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신 회장과 주요 경영진들이 모두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의혹으로 삼성, CJ 등 다른 대기업들과 함께 검찰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중국 사업도 최대 위기다. 국방부의 사드 부지 교환 요청에 응한 것을 계기로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인들의 반롯데, 불매 움직임도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신 회장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인 셈이다.

 

3일 오전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사장, 왼쪽)과 경영혁신실 임병연 가치경영팀장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창립 50주년을 맞은 그룹의 새 비전과 경영 방침을 소개했다. 사진=시사저널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