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해외부동산펀드로 또 곤욕?

지난해부터 출시한 상품 수익률 저조…인사이트펀드·차이나펀드 악몽 '스멀스멀'

2017-03-27     송준영 기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 사진=미래에셋그룹
해외 부동산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전략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와 올해 미국과 호주 부동산을 기초로 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를 잇따라 출시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기에 더해 환율까지 받쳐주지 못하면서 지난해 출시한 미국 부동산 펀드 수익률이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과거 미래에셋그룹의 ‘인사이트펀드’, ‘차이나펀드’와 같이 뒷북 투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흥행은 ‘성공’, 성과는 ‘글쎄’

미래에셋그룹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이는 미래 가치를 중시하는 박 회장의 투자 철학이 전달된 결과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에셋은 글로벌 투자 그룹으로 야성을 갖고 제 2의 창업에 나서야 한다”며 글로벌 자산 배분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전체 자산 중 해외운용자산의 비중은 28%다. 글로벌 투자도 이제 꽃을 피워나가고 있다”며 해외 부동산 투자를 포함한 글로벌 투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회장은 과거에도 해외 부동산 투자를 강조해왔다. 그는 2015년 8월 열린 한국경영학회 강연에서 “한국의 여권 소지율은 40% 정도이고 미국은 30%, 일본은 20~30%다”라며 “반면 중국은 4%에 지나지 않는데 미래에는 수많은 중국 사람들이 여행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의 마지막 목적지는 환경이 좋은 하와이, 호주, 미국 서부가 될 것으로 전망해 호텔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박 회장의 글로벌 부동산 투자 전략은 중위험·중수익의 대체 투자 수요에 맞물려 흥행에는 성공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이달 6일 내놓은 ‘미래에셋맵스 호주 부동산’ 공모펀드는 판매 이틀만에 1410억원 완판에 성공했다. 이 펀드는 호주 캔버라에 위치한 호주 연방정부 교육부 청사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오피스빌딩 4개 동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도 완판에 성공하며 박현주 회장 전략이 통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정작 펀드 수익률은 성공가도를 달리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 올해 수익률은 -6.93%를 기록하면서 코스피 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저금리, 저성장시대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위험 대비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유용한 투자 수단”이라 홍보했던 결과에 비추면 처참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선취 판매 수수료 2%에 연 보수 0.73%를 감안하면 실제 수익률은 더욱 떨어진다.

◇ 해외 부동산 ‘뒷북 투자’ 될까, ‘황금알’ 될까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박 회장이 또 다시 뒷북 투자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인데다 시장 금리 상승 기조에선 부동산은 불리한 투자 상품인 까닭이다.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해외 부동산 매입에 들어간 이자 비용이 늘어나게 되고 기대 수익률이 떨어진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미국 부동산은 2009년 이후 점차적으로 상승하다 지난해 크게 올랐다. 미국 부동산 거래량도 2008년 금융 위기 이전 상황과 비슷한 수준으로 과열 양상을 띄고 있다”며 “여기에 금리 인상 시기와 맞물려 부동산 관련 자산 매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밝혔다.

이미 미래에셋그룹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2012년 브라질 경제에 장밋빛 전망에 따라 부동산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브라질월지급식부동산투자신탁 1[분배형]’을 내놨다. 이 펀드는 최근 브라질 경제 회복에 따라 최근 1년 수익률 32.5%라는 견조한 성적을 내고 있지만 출시 당시에 이 펀드에 투자한 사람은 수익률이 여전히 -55%에 육박한다. 브라질 경제가 정점에 올랐을 때 내놓은 상품을 매수해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해외 부동산 외에도 과거 미래에셋그룹은 ‘인사이트펀드’, ‘차이나펀드’를 출시하면서 실패를 경험했다. 이 펀드들 역시 이미 오를대로 오른 글로벌 자산과 중국 증시에 뒤늦게 투자해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투자자는 “증권사만 이익을 본 전형적인 펀드”라 부르기도 했다. ‘박현주 펀드 1호’ 성공으로 투자 대가 반열에 오른 박 회장에겐 악몽같은 상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