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골재 채취 둘러싼 갈등, 대선 앞두고 더 깊어져

어민들 "어족자원 말살 막도록 골재 채취 전면 중단을"…건설업계는 "허가 물량 너무 적다" 불만

2017-03-23     최형균 기자
15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송도동 포항수협 활어위판장에서 수협조합원과 어민들이 정부의 EEZ골재 채취 연장을 반대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 사진= 뉴스1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바닷모래 채취 여부를 두고 건설업계, 어민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EEZ 내 바닷모래 추가 채취를 허락했지만 건설업계는 부족한 허가량을 문제삼고 있다. 어민들의 경우 추가 골재채취 자체를 금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까지 개입해 골재채취를 둘러싼 양측의 협의점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는 남해안 EEZ 바닷모래 채취 허가기한을 이번달 1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토부의 골재채취 허가량이 너무 적다는 이유다. 정부가 허가한 모래채취 허가량은 650만㎥로 지난해 1167만㎥의 55% 수준이다. 더군다나 해양수산부가 이를 국책용에 한정해 사용하는 조건을 달면서 건설업계는 그야말로 '비명'을 지르는 상황이다.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남해 배타적경수역(EEZ) 내 골재채취가 중단됐다가 일부 허가됐다. 하지만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예년의 채취(량)를 허용해주고 중장기적으로 골재대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남해 EEZ 골재는 대부분 민간용으로 사용했다. 사용처를 국책용으로 제한하면 골재난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골재파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가격 및 물량 압박을 버텨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어민들은 전면적 골재채취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남해EEZ바닷모래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전국에서 어선 4만여척이 전국 연안, 황‧포구에서 남해 EEZ 내 모래 채취 연장을 규탄하는 시위를 열었다. 

건설업계와 어민 간 협상난항이 다수의 이해당사자가 참여했기 때문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지난달 14일부터 16일까지 진행한 소관 부처‧기관별 업무보고에서 해수부 및 관련 기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경남지역을 지역구로 한 의원들은 어민피해를 근거로 ‘골재 수급원 다변화’, ‘바다모래 채취기간 연장 반대’ 등의 의견을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도 경남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골재채취 추가 허가와 관련해 반대의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같은 사례는 지난달에도 발생한 바 있다. 지난달 9일 국토부, 해수부, 어민 단체는 골재 채취기간 연장을 위한 잠정합의안을 내놨다. 당시 합의안에는 8~9월 산란기에 골재채취를 하지 않는 등 현 조건보다 대폭 완화된 기준이 설정됐다. 다만 한국수산총연합회가 협상에 중도 참여하면서 함의안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골재채취 연장을 두고 각종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면서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겨냥한 정치권까지 가세해 합의점 도출이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