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서 팔리는 국산차··· 영업사원은 ‘반발’

판매량 증가는 미지수…할인 경쟁으로 중고차 값 하락 우려도 존재

2017-03-23     박지호 기자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내년 3월부터 TV홈쇼핑에서도 국산차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그동안은 수입차와 중고차만 홈쇼핑에서 판매가 가능했던 데서 국산차로 판매 범위가 다양화된 것이다. 차량 구매 통로와 판로가 넓어졌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체 판매 노조는 밥그릇뺏기라는 반발이 거세다. 홈쇼핑에 고객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더불어 이번 TV홈쇼핑으로의 판로 확대가 자동차 내수 판매를 끌어 올릴지도 불투명하다. 

 

금융위원회는 22일 정례 회의에서 국산자동차를 판매하는 TV홈쇼핑 사업자가 손해보험 대리점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했다. 개정 전 보험업감독규정은 모든 국산차 제조·판매사는 손해보험 대리점으로 등록할 수 없도록 했다. 보험과 국산차를 묶어 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TV홈쇼핑은 이미 손해보험 대리점으로 등록돼, 손해보험 판매를 하고 있었던 탓에 국산차를 팔 수 없었다. 하지만 업계에서 수입차국산차차별이라는 비판이 있어 정부가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판매·영업직 직원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판매직은 차량 판매 대수가 곧 실적이기 때문에, 홈쇼핑으로 자동차를 팔면 그만큼 판매 대리점을 찾는 소비자가 줄어들 것이란 계산에서다. 현대자동차 판매노조는 지난해부터 나온 ‘TV홈쇼핑 국산차 판매에 대해 판매직 수익과 일자리 감소가 우려 된다고 주장해왔다.

 

판매노조의 홈쇼핑 견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TV홈쇼핑 렌터카 판매에서 현대차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현대차 판매노조가 TV홈쇼핑에 자사 광고와 차량 이미지 사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탓이다. 이에 따라 홈쇼핑사와 렌터카 업체는 현대차 이미지를 제외하고 판매를 진행한 바 있다.

 

TV홈쇼핑으로의 판로 확대가 판매 진작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홈쇼핑이 할인된 차량 판매가를 제시할 순 있으나, 이것을 곧바로 판매량 증가로 볼 순 없기 때문이다. 실제 TV홈쇼핑으로 팔리고 있는 수입차 역시 판매 실적이 크게 늘지 않았다. 오히려 홈쇼핑 할인이미지가 붙어 수입차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오히려 홈쇼핑 할인으로 저렴해진 차값이 중고차 가격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TV홈쇼핑이 국산차를 판매하는 것은) 단지 판매 방식이 변한 것일 뿐, 이것으로 인해 수요가 늘어날 것 같진 않다. 홈쇼핑으로 자동차 판다고 갑자기 없던 수요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다만 유의해야할 것은 TV홈쇼핑에서 차량을 할인된 가격으로 내놓을 경우, 당장 구입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싸게 살 수 있단 장점은 있겠지만, 이는 중고차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차량 가격이 들쑥날쑥하면, 이에 따른 소비자 피로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