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투자열풍 과열 주의보
자산 가치 치솟아 기대 수익률 낮아져…증권사 장밋빛 투자 권유 경계를
국내 증권사들이 러시아 관련 투자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투자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있지만 반대로 러시아 증시나 국채 가격이 이미 오를 만큼 올라 부담이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투자자 피해가 컸던 과거 중국 관련 펀드나 브라질 채권 투자처럼 증권업계의 뒷북 투자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 장밋빛이라며 러시아 내세우는 증권사들
투자업계가 러시아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21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러시아MSCI ETF(합성)’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 상장지수펀드(ETF)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러시아 지수(MSCI Russia)를 추종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높아진 러시아에 대한 투자자 관심을 반영해 국내에선 처음으로 러시아ETF를 출시했다.
NH투자증권은 러시아 국채 판매에 열을 올렸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NEXT 브라질은 러시아! 러브(러시아, 브라질)채권에 투자하자!’라는 주제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NH투자증권은 러시아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다며 러시아 국채를 올해 투자 유망 자산으로 꼽았다.
이외에도 키움증권은 ‘키움 러시아익스플로러펀드 퇴직연금클래스(C-P2)’를 이달 2일 출시 했고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1월말부터 러시아 국채 판매를 개시했다.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도 올해 유망 투자처로 러시아를 꼽았다. 이에 반응해 한국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교육원은 ‘러시아 금융투자’ 집합 교육 과정까지 개설했다.
투자업계가 유망 투자처로 러시아를 지목하는 이유는 지난해 보인 러시아 투자 성과와 올해 긍정적인 경제 전망에 있다. 러시아 증시의 대표지수인 RTS는 지난해 1월 10일 652.98에서 지난해 12월 25일 1152.33로 76% 상승했다. 달러화 대비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20% 가량 상승했다. 국고채 수익률도 떨어지면서 채권 가격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증권사들은 올해에도 안정적인 유가를 바탕으로 러시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투자자 모시기에 나선 것이다.
◇ 또 뒷북 되나···가치 상승 부담 커
지난해와 달리 러시아 국채 투자도 마냥 밝지만은 않다. 21일 기준 러시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7.96%로 지난해 1월 10일 10.67%에서 2.71%포인트 떨어졌다. 그만큼 러시아 국채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0년 이후 러시아 국채가 가장 비쌌던 2013년 4월 1일 6.5% 수익률과 비교하더라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 경제를 떠받치는 유가도 불안정해지고 있다. 러시아는 유가를 올리기 위해 지난해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감산 합의를 했다. 하지만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감산 이행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 않은데다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과 재고량이 늘면서 유가가 배럴당 55달러선에서 40달러 후반대로 내려앉았다. 러시아는 재정수입의 43%를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관련 분야에 의존하는데 유가 하락이 현실화하면 그만큼 러시아 경제도 타격을 받는다.
일각에선 이러한 상황에 투자 상품을 내놓는 증권사들의 뒷북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물론 러시아 경제 회복으로 인해 투자가 성과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오른 자산에 투자하게 되는 꼴이 된다”며 “과거 증권사들이 판매에 열을 올렸던 중국 펀드와 브라질 채권 투자가 실패한 것도 다 오르고 난 다음에 상품을 팔아서 나온 참사였다. 뒷북 투자로 결국 피해를 보게 되는 건 결국 일반 투자자”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