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상법개정안 합의, 발빠른 식품기업들 ‘안도’
크라운해태제과‧오리온‧매일유업 이미 지주사 전환…요건 강화전 지주사 전환 바람 불 듯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상법개정안에 합의하면서 재계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를 읽고 미리 한발 먼저 움직인 기업들도 있다. 식품업계의 크라운해태제과, 오리온, 매일유업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사업효율성을 내세웠지만 법안 통과 전에 자사주를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속셈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후계 승계를 겨냥했다는 분석도 있다.
법안통과 가시화와 함께 지주회사 전환 자산규모도 7월에 5000억원으로 상향된다. 이에 따라 중견업체를 중심으로 마지막 전환 바람이 불어올 가능성도 있다. 이미 치고 나간 샘표식품의 사례도 있다.
15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3당이 상법개정안에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3월 국회의 최대 쟁점은 상법”이라며 “국민의당, 바른정당,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내용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3당이 합의한 법안은 기업 분할시 분할 회사에 자사주 신주배정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의 발의안이다. 의회 압도적 다수를 점한 3당 합의로 법안 통과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우 원내대표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재벌 총수가 기업을 지배하는 이런 시스템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서 당장 재계의 지주사 전환 움직임이 늘게 됐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같은 날 “개정안 시행일 이전 지주회사 전환 러시로 이어질 것”이라며 “지주회사 전환은 이미 중견 기업들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내에서는 중견기업이라기보다는 대기업으로 불려야겠지만 어찌됐든 유력 식품업체 3곳은 이미 지주사 전환소식을 발 빠르게 시장에 알렸다. 실제 법안통과가 가시화하면서 이른 움직임에 나선 기업들은 안도하게 된 모양새다.
크라운해태제과그룹은 이달 1일 지주사체제로 공식 출범했다. 지주회사 크라운해태홀딩스는 윤영달 회장의 장남 윤석빈 대표이사 단독 체제다. 사업회사 크라운제과는 장완수 대표이사가 경영을 맡았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이 소식을 지난해 10월에 알렸다.
앞서 오리온은 지난해 11월 22일 이사회를 통해 ㈜오리온(가칭)을 식품 제조와 관련 제품 판매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회사로 신설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존속법인은 자회사 관리와 신사업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지주회사 ㈜오리온홀딩스(가칭)가 된다.
같은 날 매일유업 이사회에서도 매일유업(신설회사)과 매일유업홀딩스(존속회사)로 인적 분할하는 안이 통과했다.
지주사 전환에 대해 각 업체가 내세운 명분은 엇비슷하다. 크라운해태는 “지주사 출범으로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극대화하고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지배구조 체제를 확립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오리온은 “식품시장에서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 할 수 있게 됐으며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며 “주주가치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유업 역시 사업효율성을 내세웠다.
이중 크라운해태제과의 경우는 승계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지주회사를 단독경영하게 된 윤석빈 대표는 이미 사업회사 크라운제과 지분도 늘려가고 있다. 크라운제과 지분 27.38%를 보유했던 윤영달 회장이 지난해 10월 그중 45만주를 장남 윤 대표에게 매각해서다. 비율로 치면 3%가 조금 넘는 수치다.
이렇게 되면서 두라푸드가 크라운제과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 회사는 윤석빈 대표가 59.6%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업계에서 크라운해태제과그룹의 3세 승계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섰다고 보는 까닭이다. 지주사 전환 자체가 자사주를 활용한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주로 쓰여 왔다는 점에서 오리온과 매일유업의 후계 승계에도 향후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높다.
아직 지주사 전환에 나서지 않은 일부 식품기업들도 자사주 효과 극대화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개정안 전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특히 곱씹어볼 대목은 7월부터 지주회사 자산규모가 기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변경된다는 점이다. 1000억원~5000억원 사이 규모 업체가 많은 식품업계에 지주사 전환 바람이 다시 한 번 불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 중견업체 샘표식품은 지난해 2월 지주사 부문을 ‘샘표’로, 식품사업부문은 ‘샘표식품’으로 분할하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같은 해 8월 9일 분할 상장했다. 분할 과정서 오너인 박진선 회장 지배력이 강화됐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업 자체가 상대적으로 산업규모가 작아서 그런지 중견‧중소업체도 상당히 많다. 이들 업체의 경우 오너의 입김이 개별 사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며 “후계 승계까지 염두에 두고 지배력을 키우려는 생각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