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회사 갑질 만연···택배기사 권리찾기 시급
일방적 대리점 계약해지에 택배기사 실직 속출 주장
택배업체들이 대리점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해 택배기사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이에 택배기사들이 택배업체 갑질을 규탄하며 권리를 찾겠다고 나섰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은 지난달 KGB택배를 인수한 KG로지스가 인수합병 과정에서 일부 KG로지스 소속 대리점과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청주, 파주, 강원도 횡성, 원주 등 전국적으로 10개 이상 대리점이 문 닫고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수 백명이 하루아침에 실직했다.
KG로지스 일산후곡 대리점 운영자 임경남 씨는 지난달 8년 넘게 운영하던 대리점 문을 닫아야 했다. 임씨는 “KG로지스가 대리점 계약을 해지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것도 해지일 전날 알려주더라. 대리점 운영점수 미달 등 계약해지 사유를 밝히지도 않았다. KG로지스는 다른 대리점 밑에서 일하거나 문을 닫으라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이어 임씨는 “대리점 택배기사들이 다른 회사로 옮길 최소한의 시간이라도 줘야하는데 하루아침에 문을 닫으라고 했다. 다른 대리점도 일주일 전이나 하루 전에 계약해지를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임씨 대리점 택배기사 2명은 택배업을 그만뒀다. 임 씨는 다른 대리점주와 함께 일하며 금전적 손해가 막심해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다른 대리점으로 자리를 옮긴 택배기사들은 악전고투하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한 구역에서 오래 일하는 터라 다른 지역에서 적응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한 택배기사는 “배송구역을 바꾸면 적응하는데 최소 6개월”이라며 “이전 동네에서 쌓아온 노하우나 거래업체를 다 잃는다”고 설명했다.
택배회사 갑질은 악명높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이 지난해 12월 용산 동부이촌대리점과 게약을 해지하는 바람에 소속 택배기사들이 실직했다. 택배기사들은 분류작업 오전마감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바람에 대리점이 폐점됐다고 주장한다.
분류작업 오전마감은 늦어도 12시 전에 택배물품을 받아서 배송 출발시간을 앞당기자는 취지다. 배송출발이 늦어지면 택배기사들이 밤 9시 넘어서까지 근무할 수밖에 없다.
동부이촌대리점 소속 김태완 택배기사(택배노조 위원장)는 이후 택배기사노동조합을 출범하기로 결정했다. 택배기사들은 노조 출범 당시 사측이 택배기사들 노조 가입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해고된 동부이촌대리점 택배기사들은 복직하지 못한 채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태완 위원장은 “택배기사는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라 본사의 계약해지 위협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본사의 갑질로부터 택배기사를 보호할만한 법조차 제대로 없다”며 “해고된 택배기사들이 복직할 수 있도록 앞으로 2개월간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