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가격 양극화…가전 시장 극과 극

프리미엄 가전 전성시대…청년층, 저가·중국산 선호

2017-03-10     민보름 기자
서병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이 9일 플렉스워시(FlexWash) 국내출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 사진=삼성전자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박아무개 씨(32)는 지난해 결혼했다. 박 씨는 아내와 함께 모은 돈을 아파트 구입에 쓰면서 가전이나 가구 구입 비용을 줄였다

 

신혼집 냉장고는 최신 양문형이 아닌 구식 제품이다. 박 씨 부부는 기타 소형 가전과 커플 스마트 밴드, 휴대용 카메라 등은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브랜드로 장만했다박 씨는 평소 운동이나 건강에 관심이 많아 미밴드와 전자 체중계를 쓰고 있다면서 단순 기능만 보면 중국 제품도 괜찮다고 말했다.

 

3월 들어 가전 신제품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 3대 전자제품전시회인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7에서 소개한 프리미엄 모델을 내놓고 있다. 샤오미 등 저가 중국 가전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가전 시장이 양분되는 분위기인 셈이다.

 

LG전자는 4일 LG 시그니처 올레드(OLED) TV W 2종을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9일 전자동 세탁기와 드럼 세탁기를 하나로 담은 일체형 제품 플렉스워시를 국내에 공개했다. LG 시그니처 OLED TV W 65인치형 출고가는 1400만원이다. 플렉스워시(FlexWash) 드럼세탁기 23㎏ 용량 모델이 2699000원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시그니처 라인 성공에 힘입어 초프리미엄 이미지를 확고히 하려한다LG전자 HE사업본부는 지난해 프리미엄 TV 판매 증가로 영업이익12374억원을 기록했다. 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장은 차원이 다른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서병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은 플렉스워시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종의 세탁기라고 말했다.

 

두 업체는 중국 가전의 추격이 빨라지면서 차별화한 프리미엄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데 주력하고 있다. CES2017에선 삼성전자 뿐 아니라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도 드럼세탁기 2대를 합친 듀얼드림을 공개했다

 

프리미엄 라인이 증가해도 소비층은 탄탄하다. 서울 소재 백화점 가전 매장 직원은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고객은 오히려 많다이 고객층은 젊은 신혼부부라도 가격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직원이 보여준 냉장고 모델은 800만원 대였다.

 

근처 전자마트 점원은 혼자 사시는 분들이 단순한 제품들을 찾고 있어 어중간한 가격대 모델이 잘 나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샤오미 공기청정기 미에어 프로(Mi air pro) / 사진=코마트레이드

한편 1인 가구와 실속파가 늘면서 중국 제품 인기도 커지고 있다. 저성장이 이어진 여파도 있다. 모바일 설문조사 기업 오픈서베이가 9일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는 미혼과 기혼을 불문하고 결혼이 늦어지는 이유로 결혼 비용이 늘어서라고 가장 많이 응답했다. 그리고 결혼 시 주택 외 결혼식, 신혼여행, 가전제품 순으로 지출이 많았다. 가전제품 구입 비용을 가장 덜 썼다.

 

이에 싼 중국 제품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 샤오미가 6일 국내 출시한 미 에어 프로(Mi Air pro)는 온라인 마켓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월 나온 전작 미 에어 2는 옥션 판매 행사에서 7시간 만에 모두 팔렸다. 

 

중국 가전 유통업체 관계자는 국내 대형 업체에도 못미치지만 중국산 판매량도 제법 늘고 있다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 젊은 층이 선호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