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미FTA 재협상 시동거나

미 USTR 보고서서 무역협정 재검토 시사…자동차‧전자 집중 타깃될 듯

2017-03-03     유재철 기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트럼프 미 행정부의 무역 정책 의제와 방향을 담은 연례보고서를 공개하면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재협상을 사실상 선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통상당국은 ‘연례보고서’라며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자동차‧전자 등 대미 무역흑자 산업이 재협상 타깃이 될 것이라며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는 1일(현지시각) 그간 세계무역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한 WTO(세계무역기구)에 대해 “미국 국민은 WTO 판정이 아닌 미국법의 지배를 받는다”면서 한미FTA를 포함한 무역협정의 전면재검토를 시사했다.

무역대표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한미 FTA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단 몇 줄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 통상당국에 던져주는 메시지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USTR은 “한미FTA 발효 직전 해인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은 12억 달러(약 1조3천억 원) 줄었으나 한국제품 수입액은 130억 달러(약 14조8천억 원) 이상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한국과의 무역적자가 2011 년 132 억 달러에서 2016 년 276 억 달러로 증가했다”며 한미 FTA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명시했다. 

 

한미 FTA에 대한 언급은 비교적 짧지만 그간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이 대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자세는 분명히 드러난다. USTR은 보고서 챕터 1 대통령의 무역정책에 관한 의제(THE PRESIDENT’S TRADE POLICY AGENDA)에서 “우리(미국)가 무역 협정에 어떻게 접근했는지에 대한 주요 검토가 있을 때가 왔다”면서 “불공정 한 활동을 계속하는 교역 상대방에 대한 모든 가능한 법적인 조치들을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무역대표부가 발표한 '2017통상정책 아젠다'/자료=미 무역대표부 홈페이지
미 무역대표부가 발표한 '2017통상정책 아젠다'/자료=미 무역대표부 홈페이지


 

이에 대해 우리 통상당국의 자세는 애써 태연한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1974년 통상법에 따라 매년 3월 경에 제출하는 연례보고서”라며 “아직 초안이기 때문에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최남석 전북대 교수는 “한미FTA에 대한 전면재협상 얘기가 없긴 했지만 불공정사례가 있거나 손해가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 모든 법적인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것을 보면, 지난 한미 FTA에서 실제 불공정사례가 나타나면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뉘앙스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미국이 한미FTA의 재검토라든지 특정산업이나 기업별로 어떤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며 “그간 백악관에서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보고서에서 분명히 명시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시작하면 어떤 산업부문이 영향을 받을까. 전문가들은 한국의 비교우위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전자·기계 등이 그 대상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특정부문에서 타격을 받는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아무래도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와 전자, 기계 산업 군에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 분야에서는 관세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재협상에서 이를 연장하는 등의 요구를 미국이 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미국 측이 재협상을 요구하기 전에 “자동차, 기계 산업이 미국 내 생산 및 고용에 미친 영향 등을 분석한 객관적인 실증자료를 확보해 한미 FTA 재협상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