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유통업계는 ‘포켓몬 이코노미’ 삼매경
식음료‧패션 등 캐릭터활용 봇물…장기적 효과 미지수 지적에도 AR활용은 계속될 전망
유통업계가 포켓몬 이코노미(economy) 국면을 맞은 모습이다. 포켓몬 캐릭터를 곁들인 식음료의 매출이 느는 등 효과가 완연히 나타나서다. 오픈마켓과 패션브랜드까지 포켓몬을 활용하려는 태세다.
다만 이런 분위기를 형성시킨 증강현실(AR)게임 포켓몬GO 열풍이 소강국면을 보이면서 이를 활용한 마케팅의 지속가능성에도 의문을 표하는 시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AR을 활용한 다방면의 홍보 전략이 계속되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놀이로서의 증강현실이 여러 방식으로 유통업계 마케팅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증강현실(AR)게임 포켓몬고가 인기를 끌면서 생활용품 등을 주로 판매하는 유통산업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늘고 있다. 당장 매출효과를 보는 상품도 잇따라 등장했다.
롯데칠성음료는 포켓몬 캐릭터를 활용해 지난해 12월 선보인 ‘포켓몬 음료’가 출시 2달여 만에 누적 판매량 120만개를 넘어섰다고 3일 밝혔다. 포켓몬 음료는 235ml 용량의 어린이 음료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이전에 선보인 어린이 음료와 동일 기간 판매량을 비교해 볼 때 약 700% 증가한 성과”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롯데칠성 측은 제품 출시 후 어린이 방송 채널 ‘투니버스’에서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여섯 번째 시리즈가 방영되고 영화 ‘포켓몬 더 무비 XY&Z 볼케니온 : 기계왕국의 비밀’이 상영된 데 이어 1월 ‘포켓몬 GO’가 나오면서 판매량이 상승세를 탔다고 전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어린이 음료는 어린이의 눈길을 사로잡는 캐릭터 영향력이 큰 만큼 최근 포켓몬 열풍에 맞춰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포켓몬GO의 인기는 다른 조사에서 확인된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지난달 7일부터 12일까지 직장인 4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포켓몬고 사용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포켓몬고 게임을 하면서 본인에게 생긴 변화’에 대해 응답자의 45.5%가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됐다’고 답했다.
‘동료 및 지인들과의 대화가 늘어 인간관계가 좋아졌다(36.4%)’가 바로 뒤를 이었다. ‘포켓몬고 게임을 한 적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직장인 10명 중 6명이 ‘있다(61.1%)’고 답했다.(관련기사: 직장인 45.5% “포켓몬고로 스트레스 해소”)
이러다보니 식음료나 패션, 생활용품 등 소비자 일상과 접점이 많은 유통업계도 다방면에서 나서는 분위기다.
일동후디스가 지난해 11월 선보인 가공우유 후디스 ‘포켓몬 초코’와 ‘포켓몬 딸기바나나’ 2종은 출시 한 달 만에 100만개 넘게 팔렸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루팝의 ‘피카츄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올해 1월 매출이 직전 월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피카츄 도시락’에 포켓몬 캐릭터 스티커를 넣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범위를 식음료업계 바깥으로 넓혀도 양상은 비슷하다. 옥션은 아예 게임유저들을 겨냥해 나섰다.
옥션 측은 이달 12일까지 진행하는 행사를 통해 게임관련 아이템을 판매한다. 옥션에 따르면 ‘포켓몬 고 포획스틱’은 손가락의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잡아줘 게임 속 캐릭터들을 수월하게 포획할 수 있도록 돕는다. ‘포켓몬 고 플러스’는 게임 진행 시 화면을 계속 보지 않아도 주변의 포켓몬, 포켓스톱을 알려줘 보다 안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최준성 옥션 팀장은 “(포켓몬고 인기) 수요에 맞춰 프로모션을 기획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게임 관련 프로모션을 선보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SPA 브랜드 스파오는 포켓몬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선보였다. 스파오 포켓몬 몬스터볼 스웨트 셔츠에는 포켓몬 캐릭터와 포켓몬 속성을 표현하는 말풍선이 함께 전면에 디자인 돼 있다. 또 팔 끝 부분에는 몬스터볼이 자수로 삽입됐다.
스파오 관계자는 “캐릭터 콜라보레이션 상품은 일시적인 인기에 힘입은 상품이 아니라 매니아적인 요소가 있는 상품이기에 캐릭터의 매력을 충분히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포켓몬GO 열풍이 소강국면을 보이면서 관련 마케팅 효과가 지속가능하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포켓몬GO가 자취를 감춰도 증강현실(AR)을 활용한 홍보 전략은 되레 잇따르리라는 분석도 있다.
한 콘텐츠산업 전공 학자는 “앞으로 AR은 게임으로서의 기능보다 광고로서의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일부 백화점이나 카페 등 유통관련 기업이 ‘보물찾기’ 같은 쿠폰을 숨겨놓고 AR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방식을 시작한 것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즉 놀이로서의 증강현실을 통해 브랜드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이랜드는 1월 25일부터 한강유람선 이랜드크루즈를 통해 증강현실(AR) 낚시게임 ‘크루즈피싱’ 정식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는 크루즈피싱을 통해 황쏘가리(천연기념물 190호), 칼상어 등 실제 한강에 서식 중인 64가지 어종을 잡을 수 있다. 또 돌고래나 인어 등 다양한 캐릭터들도 등장해 흥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