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 최대 관건은 日정부

한·미·중 반도체업체들 혼전…일각에선 ‘승자의 저주’ 우려도

2017-03-03     엄민우 기자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전경. / 사진=SK하이닉스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2위 도시바 인수전이 시간이 갈수록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대만 폭스콘까지 뛰어들어 혼전 양상이 되면서 초창기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던 SK하이닉스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라면 도시바 인수전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2016년 822억 원이었던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가 올해 1198억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같은 오름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돼 2018년도 1752억 원, 그 다음해 2634억 원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 시장은 삼성전자가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가 36%로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는데 그 뒤를 따르는 곳이 바로 도시바(20%)다. 도시바를 인수하면 전망 밝은 낸드 시장에서 단번에 시장 강자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현재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은 SK하이닉스, 미국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폭스콘 정도다. 특히 최근 폭스콘이 가세하면서 일각에선 SK하이닉스와 폭스콘의 제휴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폭스콘은 SK의 4대 주주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의 인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낸드시장에 취약한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어떻게든 인수하려 하겠지만 업종 특성 상 일본정부의 입김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일각에선 인수전 승패를 결정지을 요인으로 인수가격만을 고려하지만 주요 변수가 하나 더 있다. 반도체는 국가에서 전략적으로 키우는 산업으로 외국기업이 인수합병을 시도할 때 정부의 보이지 않는 승인이 매우 중요하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미국 마이크론을 인수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도 인수 가격 때문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방어 때문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이나 중국의 인수보단 미국기업 인수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도 상황을 보면서 눈치껏 배팅한다는 전략이다. 도시바가 20% 점유율을 갖고 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돈을 쏟아 인수했다간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도시바가 20% 점유율을 갖고 있다고 인수하면 그대로 20% 시장을 갖게 될 것이란 발상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1+1은 1.5만 되도 성공한 것으로 여겨질 만큼 IT업계 인수합병에서 시너지를 내는 게 결코 만만한 게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도시바는 오는 6월까지 인수대상자를 선정한 뒤 심사를 거쳐 내년 3월말 매각 작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인수여부와 상관없이 올해 낸드 부문 강화에 7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