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내세웠던 스팅어, 정체성 흔들리는 이유

“대중성 이미지 강한 기아차 부담 탓”…프리미엄 전략 포기하나…

2017-02-28     박지호 기자

기아자동차가 발표한 신차 스팅어(Stinger)의 ‘프리미엄’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기아차는 스팅어에 자사 엠블럼을 떼고 독자 엠블럼을 장착하는 등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에 힘써왔다. 하지만 출시를 두달여 앞둔 현재 책정된 출고가는 프리미엄 세단이라기엔 저렴한 3000만원대다. 기아차가 스팅어의 제품 포지셔닝(Positioning)에 좌고우면하는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5월 출시 예정인 스팅어 가격을 3000만원대로 책정했다. 당초 예상 판매가 5000만원대에서 2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기아차는 당초 스팅어 출시전 내세웠던 프리미엄 마케팅에서 한 발 물러선 모양세다. 3000만원대 자동차는 현대차 그랜저IG와 기아차 K7이 대표적이다. 3000만원대 자동차에는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경우, G80을 기준으로 약 4800~7000만원 선이다.  

 

미국 시카고 맥코믹 센터에서 열린 ‘2017 시카고 모터쇼’에 전시된 기아차 스팅어 모습/사진=기아자동차·뉴스1
기아차는 지난달 8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열린 2017 디트로이트 모터쇼 사전 미디어 행사에서 스팅어를 공개했다. 스팅어는 기아차의 모든 R&D(연구개발) 인력과 디자인 역량을 쏟아부어 만들어진 후륜 구동 5인승 세단이다. 디자인은 기아차 피터 슈라이더 디자인담당 사장이, 주행성능은 고성능차 개발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력자인 알버트 비어만 시험·고성능차담당 부사장이 총괄했다.  

 

기아차는 처음 스팅어를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으로 소개하며 고급화 전략을 취했다. 스팅어는 기아차 엠블럼 대신 독자 엠블럼을 다는 등의 시도가 깃든 모델이다. 스팅어는 디트로이트 모터쇼 최고 디자인상을 받으며 국내외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초 지목됐던 스팅어의 경쟁 차종은 4900~8000만원 선인 기아차 K9이었다. 스팅어는 현대차 아슬란과 K9을 위협하는 모델로 여겨지기도 했다.    

 

당초 계획이나 시장 예상과 반대로, 기아차가 급히 판매가를 낮추며 고급화 전략에서 한걸음 물러선 것은 ‘스팅어 살리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기아차는 현대차에 비해 대중차 이미지가 더 강하다. 기아차는 스팅어를 제네시스처럼 프리미엄 브랜드로 가보고자 했으나, 기아차가 내놓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소비자가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 탓에 한발 물러났다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아차 이미지가 대중차로 굳어진 탓에, 기아차 브랜드로 프리미엄을 선언해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실제 시장에서 스팅어는 ‘제네시스(현대차 프리미엄 세단) 아류’로 폄하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차가 스팅어 판매가를 무작정 높여 부르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 학과 교수는 “(스팅어 가격을 깎은 것은) 기아차가 많은 고민을 했다는 증거다. 스팅어가 아무리 좋은 차라고 하더라도 프리미엄이라는 건 남들이 인정해줘야 한다”며 “기아차의 대중차 이미지와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레저용 차량(RV) 명가라는 이미지는 프리미엄 브랜드 론칭에 방해가 된다. 여기에 가격까지 높으면 소비자들이 외면할 테니까, 경쟁력을 위해 가격을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중차 이미지가 굳어져있는 기아차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언하는 것은 어렵다. 스팅어가 기아차 엠블럼을 쓰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저렴해진’ 스팅어는 프리미엄 세단보다 한단계 아래인 현대차 그랜저IG와 기아차 K7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모두 3000만원 선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그랜저IG 인기를 스팅어가 빼앗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랜저 IG는 지난달 이어 이달 판매량도 1만대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 

 

한편 기아차 스팅어는 다음달 말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2017 서울국제모터쇼에서 국내 처음으로 공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