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한국 경제 진단]② 얼어붙은 내수 '겨울 길어진다'

가계 소득·소비·신용 총체적 난국…물가 상승률 증가·부채 증가율 감소는 긍정적 요인

2017-02-25     송준영 기자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소비 지출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점에서 과일을 고르고 있는 소비자. / 사진=뉴스1

겨울은 봄을 맞이하고 있지만 내수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가계 부채 총량은 위험 수위에 도달했고 지갑을 열겠다는 소비자 심리는 바닥을 보이고 있다. 고용과 소득 역시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나마 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대출 증가세가 잦아들고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가 되고 있다.

◇ 봄날은 고사하고···가계 소득·소비·신용 ‘엄동설한’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특히 가계 관련 지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소득·소비 지표는 전년과 비교해 일제히 악화했다. 우선 지난해 2인 이상 가구 월평균 소득은 439만9000원으로 전년(437만3000원)보다 0.6% 늘어나는데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0.4% 줄면서 2009년(-1.5%) 이후 7년만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소득과 함께 소비 지표도 악화했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비 지출은 255만원으로 1년 전보다 0.5% 감소했다. 소비 지출이 줄어든 것은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이다. 이로 인해 평균소비성향은 71.1%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줄면서 사상 최저였던 2015년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평균소비 성향은 세금, 보험료 등을 빼고 가구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 가운데 실제 소비 지출 비중을 뜻한다.

이 같은 상황은 올해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24일 한국은행 ‘2017년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4.4로 전월대비 1.1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비관적이다. CCSI가 기준치(100)보다 낮으면 장기 평균치(2003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의 평균치)보다 비관적, 100보다 높으면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소비 관련 향후 전망도 소비지출전망CSI는 104로 지난달과 변동이 없었지만 가계수입전망CSI는 97로 1월보다 1포인트 내렸다.

고용 부문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는 2568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만3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22만3000명이 증가한 지난해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는 정부가 전망한 26만명에 미치지 못한다. 최근 수출 증가세에도 제조업 취업자가 지난해 대비 16만명 줄면서 2009년 7월 이후 7년 6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조선업 등 산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여파가 고용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소득과 소비가 정체된 상황에서 가계신용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4분기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말 가계신용 잔액은 1344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말(1296조6000억원) 대비 47조7000억원(3.7%) 증가했다. 가계신용 잔액과 전기 대비 증가액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141조원 가량 폭증했다.

◇ 안정된 물가 상승률과 대출 증가세 감소는 위안거리

암울한 내수 상황에도 긍정적인 부분은 존재한다. 가계 신용이 폭증했지만 올들어 가계 대출 증가세가 줄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한국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708조174억 원으로 지난해말보다 585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12월 대출 증가액은 3조4151억원이었다. 예년(2015~2016년 1월) 평균은 2조원 수준이다.

여기에 가계 대출이 질적으로도 개선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부채의 분포 상황이나 가계의 금융자산 등을 감안할 때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은 전체적으로 보면 양호하다. 특히 고정금리, 분할상환 비중이 높아지면서 질적 개선이 나왔다”며 “더불어 부채도 상대적으로 우량한 차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났다. 가계부채 중 고신용·고소득 우량한 차주의 비중이 금액 비중으로 65% 내외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률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 물가 안정 목표인 2% 수준이었다. 물가 상승률 2%대는 2012년 10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 2.1% 이후 처음이다. 일시적 요인 등으로 변동폭이 큰 식료품, 에너지 등 물가 상승률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은 1.7%를 보였다. 더불어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후반으로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가계와 기업의 수요 증가로 인해 물가가 오르게 되면 경기 상승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경상성장률을 중요한 지표로 여기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수출 회복세가 경제 성장률을 뒷받침하는 상황에서 이 같이 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