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빅3 생존전략]② 롯데케미칼, 범용 제품으로 승부

규모의경제 실현·원료 다변화로 원가경쟁력 갖춰

2017-02-23     원태영 기자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는 신설된 롯데그룹 화학BU장에 오르며 롯데그룹의 화학부문 전반을 책임지게 됐다. / 이미지=김태길 디자이너

롯데케미칼은 경쟁업체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다른 화학업체들이 사업다각화와 고부가가치화에 힘쓰는 것과 달리 롯데케미칼은 범용 제품에 승부를 걸고 있다. 특히 지난해 범용 제품인 에틸렌·프로필렌 등 스프레드(원료와 제품의 가격 차이)가 크게 커지면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덕분에 롯데케미칼은 LG화학을 넘어 업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향후에도 범용 제품 생산 능력을 높여갈 방침이다.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대규모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범용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특히 2년 전부터 저유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하향 안정화됐다. 이에 NCC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아울러 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타이트한 수급 상황도 지속됐다. 이로 인해 석유화학사 수익성을 판가름하는 스프레드가 고공행진을 기록했고 이는 석유화학사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특히 롯데케미칼이 가장 큰 수혜를 누렸다. 롯데케미칼은 해외 법인을 포함해 총 320만톤 규모 에틸렌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는 높은 수익성으로 이어졌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영업이익 2조5478억원, 매출액 13조2235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업계 1위인 LG화학을 5000억원 이상 훌쩍 넘어섰다.

롯데케미칼은 앞으로도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나갈 방침이다. 현재 범용 석유화학제품 시장은 중국의 공격적인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으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이에 국내 다른 화학업체들은 고부가제품이나 비석유화학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 범용 석유화학제품의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는 추세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범용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범용제품이 주력인 롯데케미칼은 원가를 낮춰 경쟁사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과감한 생산 설비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또 천연가스나 셰일가스 등 저렴한 생산 원료를 활용하기 위해 해외에 공장을 짓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5월 우즈베키스탄에 천연가스를 활용한 생산 단지를 완공했다. 지난 2006년 시작한 ‘수르길’ 프로젝트가 11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은 30만평(축구장 140개를 합한 규모)에 달하는 건국 이후 최대규모 산업 시설를 갖게 됐으며 롯데케미칼은 중앙아시아 최초의 대규모 화학공장을 지은 기업이 됐다.

우즈벡석유가스공사(UNG)가 50%의 지분을 갖고 롯데케미칼 24.5%, 한국가스공사 22.5%, GS E&R 3% 등 한국측이 50% 지분을 갖는 구조다. 총 사업비만 38억9000만달러(약 4조3000억원)에 달하는 메가 프로젝트다. 롯데케미칼 투자금액만 3억 3800만달러(약 4020억원)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은 또 내년까지 여수에 가스를 원료로 한 공장 증설에 3000억원, 석유 원료인 말레이시아 공장 증설에 3000억원, 셰일가스를 활용한 미국 공장 신설에 31억달러(약 3조7000억원) 등 총 4조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전경. / 사진=롯데케미칼
증설이 마무리되는 2018년말 롯데케미칼의 국내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대산공장을 포함해 230만톤으로 확대된다. 아울러 우즈벡 에틸렌 공장, 현재 증설 중인 말레이시아의 롯데케미칼 타이탄의 에틸렌 공장, 2018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미국 에탄크래커공장까지 포함하면 총 450만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이는 국내 1위, 글로벌 7위의 대규모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됨을 의미한다.

아울러 롯데케미칼은 원료 다변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범용 제품으로 가격 경쟁을 펼쳐야 하는데 있어 원가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여수 에틸렌 공장 증설과 관련해 전통적인 석유화학원료인 나프타가 아닌 C3LPG(프로판가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즈벡의 천연가스 및 미국의 셰일가스에서 생산되는 에탄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원료 다변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우위를 확보를 위해서다.

또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지난해 11월 대산 석유화학단지의 현대오일뱅크 공장부지내에 콘덴세이트(천연가스 개발과정에서 나오는 원유의 일종)를 원료로 하는 스플리터(콘덴세이트 분해시설)와 방향족공장을 합작(현대케미칼, 당사지분 40%)으로 완공했다. 이 역시 원료 다변화를 위한 작업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2017년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제품군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며 “유가가 변하더라도, 가격이 안정적인 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면 낮은 원가를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원가 경쟁력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