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IG 10만대 클럽 가입조건 톱아보기

경쟁 차량 없고 쏘나타·G70 판매 간섭은 우려…품질논란 발생 시 판매폭락 불가피

2017-02-21     박성의 기자

준대형 세단 그랜저IG는 올해 현대자동차의 ‘믿을맨(기대가 큰 선수)’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신차 아이오닉과 해치백 i30 등이 판매 부진 늪에 빠지며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러나 그랜저는 6세대 모델 출시 직후 판매량이 크게 늘며 전통의 ‘사장님 차’ 명성을 잇고 있다.

현대차가 그랜저IG 판매목표를 10만대로 잡았다. 지난해 현대차를 괴롭혔던 마이너 3사가 3000만원대 고급차 시장에 마땅한 경쟁 신차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랜저IG 판매 독주를 위한 ‘아우토반’이 마련된 셈이다.

문제는 내부의 적이다. 올해 출시예정인 신형 쏘나타와 기아차 스팅어, 제네시스 G70 등이 그랜저와 몸값이 비슷하다. 판매 간섭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최근 그랜저IG 차주들이 시트주름과 앞유리 물기 현상 등 품질불만을 연달아 제기하고 나섰다. 그랜저IG가 난관을 헤치고 ‘10만대 클럽’ 가입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호적수가 없다…마이너3사 플래그십 경쟁자 ‘전무’

그랜저IG는 출시 첫 달인 지난해 11월 판매 돌입 1주일 만에 4606대 팔렸다. 자동차 성수기로 불리는 지난해 12월에는 판매량이 300% 가까이 급증한 1만3833대 판매됐다.

지난달에는 9414대 팔렸다. 판매량이 전달대비 소폭 줄었다. 하지만 지난달 설 연휴로 인한 영업일 감소를 감안하면 1만대에 육박하는 실적은 호(好)성적이다.

현대차는 ‘변화’를 그랜저 필승 카드로 빼들었다. 1986년 출시한 1세대 그랜저는 운전기사가 모는 ‘쇼퍼 드리븐(Chauffeur Driven)’차로 기획됐다. 그러나 이번에 선보인 6세대 그랜저는 ‘젊은 혁신’에 방점을 찍고 있다. 즉, 외관디자인 날을 세우고 가격대를 소폭 낮춰, 기존 그랜저 수요층인 4050세대 넘어 30대 젊은 소비자까지 포섭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IG 외관. / 사진=현대차그룹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대차 계획에 물음표를 찍었다. ‘제네시스 탄생 후 모호해진 정체성’, ‘중저가 수입차 인기’ 등이 그랜저IG 앞길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러나 초반성적은 성공적이다. 사전계약에서 3040세대 비중이 절반가량(48%)으로 기존 HG 모델 대비 7%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경쟁 차종인 한국GM 임팔라와 르노삼성 SM7의 판매 부진도 호재다. 임팔라는 지난해 12월 507대, 지난달 387대 팔려나갔다. SM7은 지난해 12월 637대, 지난달 473대 판매됐다. 그랜저IG가 20대 팔려나갈 때, SM7과 임팔라는 1대 팔린 셈이다.

과거 그랜저 호적수로 불리던 쌍용차 체어맨은 지난해 12월 100대, 지난달 63대 팔려나가며 사실상 대형세단 경쟁 대열에서 이탈했다. 국산 완성차 5개사 플래그십(최고급 차량) 라인업에서는 그랜저IG 라이벌을 찾기 어렵다.

◇ 적(敵)은 내부에…쏘나타·스팅어·G70 흥행 ‘촉각’

업계에서 우려하는 것은 현대차그룹 내부의 적이다. 현대·기아차와 제네시스가 올해 상반기 그랜저IG와 동일 가격대에 포진할 신차를 대거 선보일 예정이어서,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자기 잠식 효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는 다음달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돌아온 신형 쏘나타를 국내시장에 출시한다. 쏘나타 판매량은 지난해 8만2208대로 1년 전 대비 24%가량 감소했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 외관 디자인을 완전변경 수준으로 바꿨다며, 큰 폭의 판매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아직 신형 쏘나타 판매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4월 출시한 2017년형 쏘나타 가격(2255만~3190만원)과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랜저IG 판매가격(2620만~3870만원)과 상당부문 중첩된다. 쏘나타 판매가 늘어나려면 그랜저IG 수요를 흡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아차가 올해 출시 예정인 스포츠세단 스팅어. 가격은 5000만원대 내외로 추정된다. / 사진=기아자동차
현대차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올 상반기 출시하는 중형세단 G70도 ‘다크호스’다. 제네시스는 다음달 3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열리는 2017 서울모터쇼에서 럭셔리 D세그먼트(중형) 세단 G70을 공개할 계획이다.

G70 외관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 3월 열린 2016 뉴욕오토쇼에서 선보인 ‘뉴욕 콘셉트’를 기반으로 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몸값은 4000만~5000만원대를 형성할 것으로 전해진다.

제네시스는 G70을 통해 BMW5 및 벤츠 E클래스 등 전통의 수입 고급브랜드와 경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그랜저IG 역시 4000만원에 근접하는 프리미엄급 모델을 통해 고급 법인차 수요 및 프리미엄 차량을 선호하는 중장년층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 두 차량 간 판매 간섭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기아차가 연내 출시 예정인 고급 스포츠세단 스팅어도 변수다. 스팅어는 ‘찌르다’, ‘쏘다’라는 뜻으로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이 5.1초에 불과한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이다.

기아차는 스팅어 판매가격을 K9 3.3 GDI 모델(4990만~5330만원)과 비슷한 수준에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팅어는 스포츠세단으로 그랜저IG보다 젊은 수요층에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그랜저IG 신규수요로 점찍은 경제력을 갖춘 30대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가 마련된 셈이다.

◇ “차는 좋은데…”, 품질논란 확산 차단 관건

그랜저IG가 속한 고급차 시장은 소비자 간 ‘입소문’이 빠르다. 즉, 상대적으로 고가의 차량일수록 품질 기대심리가 높은 탓에, 하자가 발생할 시 차량 판매하락 속도가 엔트리급 차종보다 가파를 수 있다.

그랜저IG는 최근 가죽시트에서 주름이 발생한다는 제보가 줄을 이었다. 그 뒤 현대차가 무상수리 조처로 대응한 뒤 논란은 가라앉았다. 다만 차량 운전석 쪽에서 비온 뒤 물기가 올라온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결함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동호회를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트 주름은 결함이 아닌 것이 밝혀진 상황으로 감성 품질 만족 차원에서 보상수리를 결정한 것”이라며 “그 밖의 품질 불만들은 최근 영업전략실을 신설한 만큼 고객들의 목소리를 더 경청할 계획이다. 그 뒤 결함사실이 확인된다면 체계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랜저IG가 ‘흥행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품질논란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내수침체로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은 만큼, 작은 차이가 실적 하락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랜저 초반성적은 신차 출시를 기다렸던 잠재고객과 법인차량 수요에 기댄 측면이 강하다. 장기적인 흥행을 장담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며 “지난해 10만대 판매된 차량이 없었다는 것이 증명하듯 내수 자동차 시장은 침체기다. 즉, 차량 수요하락 요인이 굉장히 다양하게 포진한 상황이다. 마케팅 실패나 품질 논란이 발생할 시 언제든 판매량이 무너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