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년간 141조원 폭증

지난해말 1344조원으로 사상 최대…비은행 금융사 대출 급증 부채의 질도 악화

2017-02-21     송준영 기자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이 13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기관 대출 증가 폭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은행 리스크 관리 강화 등으로 예금은행 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풍선효과로 대출 수요자가 비은행예금기관을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변동 금리 비중도 늘어나면서 가계 부채 규모 확대뿐만 질 악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 가계신용 1300조원 시대…선수요, 풍선효과로 제 2금융권 대출 늘어


가계신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4분기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말 가계신용 잔액은 1344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말(1296조6000억원)보다 47조7000억원(3.7%) 증가했다. 가계신용 잔액과 전기 대비 증가액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141조원 가량 폭증했다.

가계신용은 가계 빚이 전체적으로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다. 일반 시중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 자산유동화회사, 대부업체, 공적금융기관 등 비은행예금기관과 기타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까지 집계한다. 여기에 결제전 카드 사용액(판매신용)까지 합쳐 가계신용 규모를 측정한다.

가계신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가계 대출 잔액은 1271조6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42조9000억원(3.5%)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말 기록한 전분기 대비 증가액은 사상 최대 금액이다. 판매신용은 72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조8000억원(7.1%) 증가했다. 판매신용 전분기 대비 증가율은 2010년 4분기 9.8% 이후 최대치다. 판매 신용이 이같이 급증한 것은 지난해 9월과 10월에 열린 민관 합동 소비촉진 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 영향으로 신용카드 사용액이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계신용 증가는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가계신용을 기관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 예금은행 대출은 전분기 대비 13조5000억원 늘었지만 증가폭은 전분기 17조2000억원보다 줄었다. 반대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지난해 4분기 13조5000억원 증가하면서 증가폭이 전분기 11조1000억원보다 확대됐다. 보험기관, 자산유동화회사 등 기타 금융기관에서도 대출 증가폭이 지난해 3분기 8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15조9000억원로 커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 대출을 줄이려는 움직임과 더불어 대출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지난해 4분기에 대출 선수요가 발생했다”며 “다만 은행 리스크 관리 강화 등으로 예금은행 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당국의 여신심사가 상대적으로 덜 적용받는 비은행예금취급기관으로 자금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 부채질 나빠지고 변동 금리 비율 여전

문제는 비은행예금취급기관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대출의 질이 나빠졌다는 점이다. 통상 일반 시중은행보다 제 2 금융권 대출 금리가 높다.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2월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 평균은 상호저축은행 14.75%, 농협·수협·축협 등 상호금융 3.73%로 같은 기간 예금은행 가중 평균금리 3.29%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시장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것도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다. 가계 대출 비중이 큰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예금은행 평균 금리는 지난해 12월 3.13% 로 10월 2.89%, 11월 3.04%에서 꾸준히 상승했다. 상호금융에서도 지난해 10월 13.42%, 11월 3.44%, 12월 3.48%로 금리가 올랐다. 상호저축은행은 11월 5.85%에서 12월 5.74%로 줄었지만 높은 대출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변동금리 비중 마저 줄지 않고 있다. 정부의 가계 대출 규제와 미국 기준 금리 인상 영향 등으로 시중 금리가 상승하면 변동금리 대출자 채무 상환 부담이 늘어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지난해 12월 가계의 특정금리 연동 대출은 전체의 61%로 지난해 7월 42.2%에서 크게 증가했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계대출 증가세는 줄고 있지만 가계부채 총량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다 제 2금융권 대출이 늘면서 가계 질이 나빠지고 있다. 더불어 변동금리 비중이 줄지 않고 있다는 문제도 남아있다”며 “미국 기준 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 금리가 상승 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변동금리 대출자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가계 신용 추이 / 자료=한국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