퍠션업계 "국내불황 피해 해외서 활로 찾자"

삼성물산 패션·한섬 등 해외에서 잇달아 점포 오픈

2017-02-13     정윤형 기자
중국 상하이의 에잇세컨즈(삼성물산 패션의 스파브랜드) 매장. / 사진=삼성물산 패션

 

국내 패션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패션업계가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은 자사 여성복 브랜드인 구호의 해외진출에 나서 지난해 9월에 이어 1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제품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했다. 구호는 미국 노드스트롬, 홍콩 레인크로포드, 싱가폴 클럽21 백화점을 비롯해 캐나다 온라인 편집숍 쎈스와의 계약도 성사시키며 해외진출에 적극적이다. 삼성물산 패션은 지난해 12월에는 영국 헤롯백화점에서 자사 남성복 브랜드 준지의 팝업 스토어를 선보인 바 있다.

중국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삼성물산 패션의 스파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상하이 중심부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에잇세컨즈는 애초에 중국진출을 염두하고 브랜드 명에 8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들이 8이라는 숫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계열사 한섬 역시 올해를 해외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잇따라 해외에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한섬은 지난달 남녀 캐주얼 브랜드 시스템과 시스템옴므의 매장을 중국 항저우의 백화점에 오픈했다. 지난 8일에는 시스템옴므가 프랑스 라파예트 백화점에 정식매장을 열기도 했다.

한섬 관계자는 “올해 시스템과 시스템옴므를 필두로 중국, 프랑스 등 글로벌 패션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패션업계가 해외진출에 활발한 이유는 국내 패션시장의 성장이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정윤 세종대 패션비즈니스 주임교수는 “국내 패션시장은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아 패션기업들은 성공확률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판단되는 국가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업계가 앞다투어 해외를 공략하고 있지만 성공을 거두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중국에 진출한 패션그룹형지 계열사 형지I&C의 경우 최근 남성복 브랜드 본지플로어와 예작의 철수를 결정했다. LF의 베이징 라퓨마는 지난해 3분기 적자폭이 확대됐고 TBH글로벌도 지난해 3분기 중국에서 51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중국 사업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패션업계는 현지에 맞게 소비자들을 공략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의 경우 한국의 패션기업이 직진출하기보다 중국 현지업체와 합작해 진출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선 관시(인맥)가 중요해서 현지 법인과 합작해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다”며 “중국에서 우리 기업이 직진출하는 것은 수익성이나 지속성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패션의 본고장인 유럽에 대한 한국패션기업도 국내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조 교수는 “국내 패션업계의 유럽진출은 꾸준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기업은 없다”며 “한국에서 판매하는 제품과는 다르게 가격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차별화해 유럽을 공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