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연장 무효 월성1호기 ‘사용후핵연료 안전성도 문제’

소송인단 “월성1호기 가동 중단시킨다”

2017-02-07     김현우 기자

법원이 경주 월성원전 1호기 수명을 10년 연장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어린이들이 원자력발전소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행정법원이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무효에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은 최신화하지 않은 안전기준, 권한입법 결격사유가 있음에도 심사에 참가한 것을 들어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심사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앞서 월성1호기는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 경주 지진 등으로 폐로 요구를 받아왔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수명연장을 결정한 바 있다.

 

호제훈 서울행정법원 행정11(호제훈 부장판사)7일 재판정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재가동을 위한 안전평가 심사기준에서 위법성이 발견된다“2015227일부로 결정된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원전 관련 재판에서 법원이 한수원에 불리한 판결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월성1호기수명연장무효국민소송인단(소송인단)은 원고 2167명을 모아 월성1호기 수명연장허가 취소 가처분소송을 진행해왔다.

 

소송인단은 재판과정에서 한수원이 재판과정에서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신구 비교표를 제출하지 않은 점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의결해야할 사안을 위원이 아닌 사무처 과장이 전결한 점 한국수력원자원 사업에 참여한 인사 두 명이 원안위원으로 재가동 심의에 참여한 점 안전평가에서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원전가동 초기인 30년 전 기준을 반영한 점에서 위법사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으로 월성1호기 가동이 중지되는 건 아니다. 이번 소송은 수명연장이 법을 어겼단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 월성1호기 가동이 중지되려면 정부가 법원 판결을 받아들여 가동을 직접 중단하거나 법원이 계속운전 취소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야 한다.

 

소송인단 대리인을 맡은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대표는 재가동 심사에서 위법성이 발견됐다는 판결로 월성1호기 재가동이 바로 중지되진 않는다추후 계속운전 허가 취소가처분 소송을 통해 월성1호기 가동을 중지시키겠다고 밝혔다.

 

사용후핵연료 넘치는 월성원전

 

월성1호기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원자로다. 월성1호기보다 4년 앞서 가동을 시작한 고리1호기는 지난 20157월 폐로가 결정됐다. 하지만 월성1호기는 2015227일 수명연장 신청이 받아들여지며 재가동을 이어왔다.

 

고리1호기는 가압경수로를 사용한다. 냉각재로 일반 물을 사용할 수 있지만 우라늄을 농축해서 사용해야한다. 반면 월성1호기는 캐나다에서 개발되고, 중수(重水)를 냉각재로 사용한다는 뜻으로 일명 캔두형 원자로(CANDU Reactor, Canadian Deuterium Natural Uranium Reactor)라 불리기도 한다.

 

캔두형 원자로는 가압경수로와 달리 천연 우라늄을 사용해 원료비를 아낄 수 있다. 하지만 1년에 한두 번 원전을 정지하고 연료봉을 교체해야하는 가압경수로와 캔두형 원자로는 달리 지속적으로 연료봉을 교체해야한다. 이 탓에 월성원전에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분량이 경수로를 사용하는 다른 원전에 비해 많다. 20169월 기준 월성원전 습식 저장소에는 135436다발이, 원자로 밖 건식저장소에는 286320다발이 저장돼 있다. 이중 월성1호기 임시저장분량은 31060다발이다. 2019년에는 임시저장소가 포화될 전망이다.

 

월성원전과 비슷한 시기에 운영을 시작한 고리1~4호기에는 5031다발이 임시저장 돼 있다. 고리원전 역시 오는 2024년이면 포화된다.

 

지진지대 위에 있는 월성1호기안전성과 경제성 낮단 지적도

 

지난해 912, 경주에서 5.8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월성원전과는 27떨어진 지점이다. 경주를 지나는 활성단층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탓에 경주에 있는 월성원전 안전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한수원은 재판과정에서 활성단층은 지질학에서 지층의 운동시기를 구분하는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학술적으로는 유용할 수 있으나 원전설계와 관련한 공학적 의미는 없다원고가 주장하는 단층들은 설계에 반영해야하는 기준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국가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은 복잡한 지질특성이 있거나 지진활동이 높은 지역에 위치하는 것을 최대한 피해야 하며, 보수적으로 평가하도록 한다고 규정한다. 김성욱 지아이지반연구소 대표는 원전을 지을 당시엔 지반조사 기술력이 떨어져 지반조사 기준도 낮다 최신 기준을 반영한다면 경주부근은 원전부지로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월성1호기 계속가동이 경제적으로도 부족하단 지적이 나온다. 월성1호기는 678급 중수로로 연간 51h를 생산한다. 한국 전체 전력 생산량은 2015년 기준 495389기가와트시다. 월성1호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공동집행위원장에 따르면 전력소모가 8518k로 가장 극심했던 2016816일에도 전력예비율은 8.5%7.2기가와트 여유가 있었다.

 

경주 월성원자력본부.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