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증권업]① '설상가상' 실적 감소하는데 경쟁 치열해져

자기자본이익률 계속 떨어져¨"해외 진출 위해 외환 등 규제 풀어야"

2017-02-07     송준영 기자
증권업계가 경쟁심화, 실적 악화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해외 진출을 통한 먹거리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 사진=뉴스1

국내 증권업계가 정유년 초입부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실적이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데다 타업종이 자산운용업을 호시탐탐 노리는 탓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합종연횡을 통해 덩치를 키운 대형사들은 내실 다지기가 쉽지 않고 정부의 대형 투자은행(IB) 육성 정책에 소외된 소형사들은 당장 살아남기가 쉽지 않아졌다. 일부 소형 증권사는 매각설까지 나오고 있어 올해 증권업계 판도는 요동칠 전망이다. 


◇ 늘지 않는 실적···증권사도 내수 침체

증권사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금융지주, 메리츠종금증권, 키움증권 6개사는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 230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분기 대비 39.3% 줄어든 금액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늘었지만 기저 효과를 감안하면 박수칠 상황이 아니다. 신한금융투자도 7개 증권사(위 6개사+대신증권) 합산 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27.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질적 성장마저 여의치 않다. 대표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현저히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3분기말 ROE(이하 연환산 기준)는 4.1%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반토막이 났다. 미래에셋대우(4.2%), 삼성증권(5.4%), 신한금융투자(4.4%)도 지난해와 비교해 ROE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15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증권사 ROE는 전기대비 2.5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증권사 실적 악화 기저에는 둔화된 국내 증시 움직임과 관련 깊다.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7조4200억원으로 전년 8조8300억원 대비 크게 감소했다.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량도 3억6819만4000주로 전년과 비교해 21.03% 줄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증권사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전년 대비 15.3%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증권사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비중은 37.7%로 높은 편이다.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17년 자본시장 전망과 정책방향’ 세미나에서 “지난해 증권산업 수익성은 위탁매매와 주가연계증권(ELS) 이익 감소, 외환관련 손실 등으로 전년 대비 하락했다. 특히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감소는 거래대금의 감소와 평균수수료율 하락에 기인한다”며 “올해에도 위탁매매 부문 불확실성 등으로 전반적으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전망했다.

◇ 늘어나는 경쟁자···“안보다 밖을 봐야”

이러한 상황 속에서 증권업계 고심은 더 깊어지고 있다. 증권사 전문 사업이라 여겨졌던 자산운용업에 은행, 보험 등 타업종이 군침을 흘리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은행업종은 지난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설이 가능해시면서 일임업에 발을 뻗을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금융지주사가 은행과 증권사를 모두 거느리면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순수 증권사들에는 부담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에 타업종이 증권사 업무에 진출하는 것에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6일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신탁업법을 자본시장법에서 따로 빼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다른 업권이 신탁업을 통해서 자산운용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핵심 업무 관련된 부분은 전업주의로 간다는 게 정부의 기본이고 효율적인 시장을 위해서라도 타업종이 자산운용업으로 업무를 확대를 하려는 것은 전혀 적절치 않은 일”이라 밝혔다.

올해초 금융 당국은 700조원에 이르는 신탁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탁업법 분리 제정을 언급한 바 있다. 신탁은 위탁자로부터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 등의 재산을 받고 이를 관리·운용해준 뒤 위탁자가 지정하는 수익자에게 넘겨주는 금융 상품이다. 자산운용업과 비슷한 성격으로 신탁업법은 지난 2007년 폐지되고 자본시장법으로 통합됐다. 신탁사를 운용하고자 한다면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수준의 인가 기준을 맞출 필요가 있는데 자본법에서 분리 되면 이러한 기준이 완화된다. 그만큼 자산운용 시장 참여자가 많아지는 셈이다.

여기에 증권사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증권사의 안정적인 수익으로 여겨졌던 위탁매매 수익이 줄면서 IB와 자산관리라는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합이 심화됐다. 두 시장은 대형사에서부터 중소형 증권사 모두가 군침을 흘리고 있어 차별화 전략이 그 어느때보다 시급해졌다. 특히 소형 증권사는 정부의 대형 IB 육성 정책이라는 본류에 밀려나면서 경쟁조차 쉽지 않아졌다. 이미 이베스트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이 매물로 나온상태고 SK증권도 지분 매각설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증권업계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밥그릇 싸움이 치열해졌다. 결국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먹거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이에 앞서 금융당국이 증권사는 불가능한 외국환 관련 업무 등 규제를 풀어 해외 증권사와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