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호 행장 카드, 제2의 신한 사태 도화선 되나
한동우 회장, 장고 끝에 악수(惡數)로 내부갈등 촉발
2017-02-06 장가희 기자
강력한 행장 후보로 꼽히는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을 두고 찬성 측과 반대 측 사이 수 싸움이 극에 치닫고 있다. 이에 정치권도 합세해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 당도 각각 입장을 표명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일 신한은행은 은행 사외이사들을 대상으로 이사회 사전 설명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은행 사외이사 중 몇몇이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행장 선임에 대해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의 고발 건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는 이유다.
그러나 한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한동우 회장은 이번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열린 이후 2000년대 후반 사외이사를 맡았던 최영석 사외이사와 통화에서 위 사장을 행장직에 올리겠다”는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장 선임을 위해선 자경위, 이사회,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주주총회등을 거쳐야 하지만 신한은행 지분은 신한지주가 100% 소유한 형태기 때문에 한 회장의 의중이 가장 크게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회추위 당시부터 위 사장의 ‘행장설’은 끊임없이 있어 왔다.
내부 관계자는 "한 회장이 회추위가 열리기도 전에 행장 후보군이 될 인물 선임까지 결심을 굳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사태 주역 선임, 한 회장도 골치 아플 것"
신한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 회장도 골치가 아플 것"이라고 운을 뗐다. A씨는 그 이유로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을 지목했다. 그는 “라 전 회장에게 위 사장은 보은인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위 사장은 2010년 신한사태 당시 라 전 회장의 편에 섰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신한사태는 신한은행이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을 횡령 및 배임혐의로 고발하면서 불거진 내분이다.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의 권력 암투로 일컬어지는 이 사태는 결국 관련 인물들이 사퇴로 이어졌다. 그러나 신한내부에 아직까지 라 전 회장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는 전언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이번 행장 선임에서도 라 전 회장과 재일교포 주주 중 가장 고참 급인 고부인 사외이사는 위 사장을 행장 직에 앉히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며 A씨는 전했다. 그는 “신한사태 주역을 다시 선임한다는 것에 대해 한 회장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며 "한 회장은 애초 조 내정자와 나이차가 나는 다른 후보군을 염두 해뒀으나 라 전 회장 때문에 잘 안됐을 것"이라고 했다.
위 사장은 현재 금융정의연대에 고발당한 상태다. 금융정의연대는 신한사태 당시 라 전 회장의 변호사 보수마련 지시와 관련한 위증 의혹, 라 전 회장이 이상득 씨에게 전달했다는 '남산 자유센터 3억원'에 대한 진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은 지난 5일 오전 서면 브리핑에서 "약 300조원에 달하는 자산의 관리와 책임을 맡은 신한은행의 대표는 철저한 검증과 투명한 선발이 보장돼야 한다"며 "수많은 이들의 관심과 비판, 우려에 대해 간섭하지 말라며 무시하는 폐쇄적 태도는 또 다른 위기를 만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한은행은 내·외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열린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대세론에 휩쓸리지 않는 투명한 경쟁과 인선은 책임경영의 기본"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당 역시 “위 사장이 검찰에 고발됐다는 사실만으로 행장 결격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검찰이 엄중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신한 내부에선 이미 위 사장 고발건과 관련해 위 사장을 행장 후보로 추천하는 데 문제될 것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상황이다.
◇신한지주, 회장보단 행장이 실세…“신한사태 관련 인물만은 선임 말아야”
신한 내부 관계자는 "위 사장이 회장 후보군에 올랐을 땐 반발하지 않다가 왜 행장후보에 오르고 나서 7년도 지난 신한 사태 일을 끄집어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위 사장이 그처럼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면 회장 후보군에 올랐을 당시부터 여러 반발이 터져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각을 세웠다.
그러나 A씨는 "이미 신한 내·외부에서 위 사장이 회장에 오르진 못할 걸 다 알고 있는데 굳이 회장 선임 때 반발할 필요가 있냐”며 "행장에 오른다고 하니 신한 사태 당시 내분을 일으킨 인물이 은행 수장에 오르는 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냐는 판단에서 정치권까지 성명서를 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신한 내부에서 회장보다 행장이 오히려 실세"라고 말했다. A 씨는 "1000개 지점, 1만명 직원 등 실 병력을 가진 행장이 회장보단 더 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 내정자도 위 사장이 행장에 오르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한사태 당시 중립이었던 조 행장과 달리 위 사장은 라 전 회장 측에 섰던 인물이며, 김형진 부사장을 포함한 라 전 회장 인물들이 요직에 앉아있기 때문에 위 사장이 이들과 힘을 합세해 조 내정자를 충분히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위 사장이 추후 회장에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단축될 수 있을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A씨는 "행장이 실세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신한 내부 위계가 잘 지켜졌던 건 회장과 행장의 나이차가 컸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아직까지 라 회장을 털어내지 못하고 신한사태의 주역을 행장에 선임하는 점, 1살 차이나는 인물들을 회장과 행장에 기용한다는 점에서 한 회장이 둔 수가 악수인지 아닌지는 신한인이라면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