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제치고 아시아 잠식하는 중국 스마트폰

삼성전자, 아시아·태평양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5위로 추락

2017-02-06     변소인 기자

 

삼성전자가 아시아·태평양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5년 만에 애플에게 1위 자리를 뺏겼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는 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아시아·태평양 스마트폰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9.4%로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3분기에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4분기에 중국 소비자를 잃은 영향이 컸다. 갤럭시노트7 리콜과 단종 과정에서 중국 소비자들이 대거 등을 돌렸다. 특히 갤노트7 1차 리콜 때 중국이 대상국에서 제외되면서 중국 소비자들은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중국에서 판매된 갤노트7은 중국 제조사인 ATL 배터리를 사용했고 다른 국가에서 판매된 갤노트7은 대부분 삼성SDI에서 제조된 배터리를 사용했다. 1차 리콜 때는 삼성SDI에서 제조된 배터리 결함만 드러났기 때문에 중국에선 1차 리콜이 이뤄지지 못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2014년부터 삼성전자 분기 실적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며 “중국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워낙 잘하고 있어서 새로운 플래그십(최고급) 스마트폰이 나온다고 해도 당장 1위로 올라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점쳤다. 중국시장을 잡기 위해서는 갤럭시C 시리즈를 통해 특화된 라인을 계속 선보일 계획이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SNS 단축키 추가나 고화소 전면 카메라 등의 작업도 동반한다.

이런 틈을 타 중국 기업 오포는 지난해 4분기 아시아·태평양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2.3%로 1위를 차지했다. 오포는 지난해 출시한 안드로이드폰 R9와 R9S로 중국 시장을 휩쓸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R9는 지난해 중국에서 1700만대나 판매됐다.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이다.

오포에 이어 애플이 점유율 12.2%로 2위, 화웨이가 11.1%로 3위, 비보가 10.9%로 4위를 각각 기록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애플 17.8%, 삼성전자 17.7%로, 0.1%포인트 차이로, 삼성전자가 2011년 4분기 이후 5년 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3~5위는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사들이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더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모토로라, 노키아가 현재 그 명성을 잃었듯 삼성전자와 애플도 만년 1위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스마트폰의 기술 혁신이 계속되기는 어렵다”며 “그럴수록 인건비, 인프라가 저렴한 중국 업체, 후발 업체들이 따라오기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중국은 이미 ‘잃어버린 시장’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중국에서 다른 나라 기업들이 밀려나기 시작한지 오래됐다. 애플도 고전하고 있다”며 “중국 시장에서 중국기업들이 장악하는 터닝포인트는 이미 지났고 되돌리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애플이 기존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차별화 전략을 택하거나 삼성페이, 애플페이 등을 통해 고객을 묶어두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