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화석연료보다 신재생에너지 역점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 대다수가 재생에너지…화석연료는 ‘0’
“미국 땅에 묻혀있는 60조 달러어치 화석연료로 일자리를 만들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후보시절 선거유세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그가 우선적으로 추진하려는 에너지 프로젝트에는 화석연료는 없고 재생에너지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50개 우선순위 목록을 확정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철도, 항만, 공항, 고속도로 및 교량, 수자원 확보, 에너지 인프라에 총 1375억 달러가 투입된다.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는 19만3350개 일자리 직접 고용효과와 24만1700개 간접고용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계획안은 도로, 항만, 철도에 집중됐다. 금액 비중은 철도 44%, 고속도로 및 교량 15.4%, 공항 10.8% 항만시설 9.4%, 수자원 3.1%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이 계획은 각 주 정부와 협의를 마쳤고 투자계획, 자원조달도 진행되고 있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눈에 띄는 점은 에너지 인프라다. 에너지 인프라 투자금액은 215억 달러로 전체 금액중 15.6%를 차지한다. 8개 프로젝트 중 화석연료는 단 하나다. 미 동부 펜실베니아 주에서 채취한 셰일가스를 대서양 해안을 따라 미 남동부로 운반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다.
나머지 7개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는 모두 풍력발전단지, 송전망 현대화,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에 할당돼 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오클라호마주에서 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멤피스와 테네시에 분배하는 전력망 구축이다. 연간 4기가와트를 생산하는 이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미 중남부 1백만 가구에 전기를 더 싼값에 공급할 수 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미국 전역 수력발전소 현대화 사업이다. 50년 이상 노후 한 발전 터빈을 교체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겠단 의미다.
세 번째 프로젝트는 와이오밍 주 풍력발전단지 구축이다. 와이오밍 주 남부 카본 카운티에 1000개 터빈이 설치된다. 네 번째 프로젝트는 미 북부 와이오밍 주에서 생산한 친환경 전기를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애리조나 등 미 서부로 운반하는 송전망 구축이다. 다섯 번째는 버몬트주 챔플레인 호수에서 생산한 1000㎽규모 풍력·수력 에너지를 뉴욕 지하철에 공급하는 송전망 구축 프로젝트다.
여섯 번째는 캘리포니아 주 ESS 및 전력망 현대화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 산하 에너지협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전체 전력 중 24.5%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석탄, 석유화력발전 비중은 0%에 가깝다. 그만큼 계절과 날씨가 악화되면 발전양이 떨어질 수 있다. 에너지 저장 확대와 전력분배망 현대화를 통해 대규모 정전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프로젝트 목적이다. 마지막 프로젝트는 2015년 폭우에 무너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댐 50개를 재건해 수자원과 수력에너지를 얻는 방안이다.
트럼프가 우선순위 프로젝트로 화석연료가 아닌 신재생에너지를 택한 이유로는 일자리가 꼽힌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유세발언 핵심은 일자리”라며 “트럼프가 마윈 알리바바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만나고 이를 ‘위대한 만남’이라 추켜세운 건 각 기업이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해내겠다는 말을 들어서다”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말로는 중국기업과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날을 세우지만 일자리를 만들어준다고만 하면 ‘위대한 기업’이라고 추켜 준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미국 뉴멕시코주까지 키스톤 송유관 사업을 재개하는 것도 ‘일자리’ 창출에 방점이 찍혀있다. 해외기업에게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고 강요하는 것도 일자리가 주목적이다. 이기범 연구위원은 “트럼프는 오로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가 기준”이라며 “이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러스트벨트에 대한 보답”이라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트럼프가 신재생에너지 위주로 흘러가는 시장을 뒤집진 않는단 예측도 나왔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에서 화석연료 프로젝트가 현실화 돼 일자리를 창출해봤자 신재생에너지 일자리보다 적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원가가 석탄, 원전보다 내려 이제는 천연가스와도 경쟁이 가능하다”며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갖췄다는 걸 트럼프가 모를리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