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이민 정책에 미 게임업계도 반기
미 게임협회 및 개발사 비판 성명…“게임개발 열정엔 정치적·지리적·문화적 경계선 없어”
2017-02-01 원태영 기자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120일간 난민의 미국입국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난민·방미 학자·미국 영주권 보유자에 상관없이 이라크·시리아·이란·수단·리비아·소말리아·예멘 등 7개국 국민의 미국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번 조치로 수백명이 미 공항에 억류되고 외국 공항에서는 비행기 탑승이 취소되는 등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미 전역에서는 반대 집회가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각국은 물론 미국 정치권과 행정부 내에서도 거센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내 IT 기업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애플·페이스북 등 미국 IT 기업들의 경우, 이민자 비중이 높은 것도 이런 반발 움직임의 배경이 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소송전을 불사하며 트럼프 행정부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문직 취업비자 H-1B의 발급을 제한하는 행정명령도 곧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 IT 기업들은 외국인 고용에 더욱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 IT 기업의 한 축인 게임업계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국 게임업계 대표 협회인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이하 ESA)’ 를 비롯해 관련 단체 및 게임사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ESA는 지난 1월 30일 공식 성명을 통해 “백악관이 이민 및 외국인 근로자 프로그램에 대해 좀 더 주의를 기울일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ESA는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한 목표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 업계는 숙련된 기술을 가진 미국 시민과 외국인, 이민자에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그들이 우리 경제에 참여하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게임개발자협회(이하 IGDA) 역시 트럼프의 반 이민 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케이트 에드워드 IGDA 이사는 “조직이 미국에 통합된 후 IGDA는 미국 시민권 및 이민 서비스에 대한 자문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2년 말에 이사가 된 후 전세계에서 온 사람을 위해 250개가 넘는 문서에 서명했으며 그중에는 무슬림 국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개발에 대한 열정과 기술력에는 어떠한 정치적, 지리적, 문화적인 경계선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개인의 국적에 근거해 이민을 제한하는 것은 특정 문화에 속한 사람 전체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대표 게임사 중 하나인 EA도 트럼프 반이민 정책에 반대의 뜻을 내비췄다. 앤드류 윌슨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EA에는 수많은 외국인 직원을 둘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법률 파트너 및 협회를 통해 자사의 글로벌 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 변경과 이민, 기타 사안에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모바일게임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유명한 슈퍼셀의 일카 파나넨 CEO는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종교, 민족, 국적을 근거로 한 차별은 어디에서나 영원히 허용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게임업체들의 반발은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 게임업계는 인종, 학력 등에 가장 자유로운 업계로 평가받아 왔기 때문이다. 누구나 게임을 좋아하고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 게임업계에 쉽게 진출할 수 있었다. 이번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은 이러한 게임업계의 사상에 정면으로 반하는 정책이란 의견이다.
국내 게임업계는 이와 관련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해외 진출 등이 활발한 상황에서 미국의 조치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개발자 김재형(30·가명)씨는 “미국 내 게임 개발자에 대한 처우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며 “당장 한국에 피해가 올 것 같지는 않지만, 이번 반이민 정책을 계기로 이민자에 대한 인식이 안좋아 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