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이광국 카드’ 성공할까
내수침체 타개가 관건…쏘나타 실적에 '전략통' 이광국 부사장 명운 걸려
2017-01-26 박성의 기자
현대차가 소위 ‘영업통’으로 꼽히던 곽진 전 국내영업본부장을 퇴임시키고 전략가로 통하는 이광국 본부장을 내세운 가운데, 이 본부장이 내수난국 돌파를 위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린다.
◇ 실전 대신 지략 택한 현대차
예고된 결과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전년 대비 7.8% 감소한 65만6526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던 내수시장에서 판매량이 휘청이자, 현대차는 마케팅비와 판매 인센티브 등 불가피한 출혈을 감내해야만 했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해 이 같은 위기를 감지했다. 정몽구 회장이 꺼낸 것은 인사카드였다. 현대차는 지난 10월 14일 곽진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을 퇴임시켰다. 신차 판매 부진과 지난해 논란이 됐던 품질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된다. 후임으로는 ‘전략통’으로 꼽히는 이광국 전 워싱턴 사무소장을 임명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내수시장 선점을 위해 소위 물건 잘 파는 인물을 경영전면에 배치했던 ‘영업맨 완장 시대’ 종식을 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승진 0순위로 꼽히던 영업·판매 출신 간부가 숫자로서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자,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전략가를 영업일선에 내세웠다는 분석이다.
이광국 부사장은 현대차 해외전략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국내영업본부장 부임 전까지 ▲현대차 현대와싱턴사무소(전무/상무) ▲현대차 해외정책팀장(상무/이사) ▲현대차 브랜드전략팀장 (이사) ▲현대차 수출지원실장(이사대우) ▲현대차 HMUK 법인장을 거쳤다.
◇ ‘국민차’ 되살리기 관건…화두는 쏘나타
현대차가 이광국 부사장에게 기대한 바는 명확하다. 수입차와 마이너 3사 공세 속에서 현대차 독주 체제를 사수하라는 것이다.
결국 이광국 부사장의 미래는 올해 내놓는 신차 성적이 좌우할 수밖에 없다. 핵심은 지난 연말 내놓은 그랜저IG와 오는 3월 출시 예정인 쏘나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다.
이 부사장의 첫 데뷔작인 신형 그랜저IG 초반 성적은 준수하다. 현대차에 따르면 그랜저IG는 출시 후 일평균 600여대가 계약되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이달 계약 대수는 1만2000~1만3000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형모델인 그랜저IG보다는 부분변경 모델인 쏘나타 성적이 관건이다. 현대차 쏘나타 판매량은 지난해 8만2208대로 1년 전 대비 24%가량 감소했다. 한수 아래로 평가받던 르노삼성차 SM6가 5만7478대 판매되며 기대이상 성적을 거뒀고, 여기에 한국GM 말리부까지 판매량이 쾌속질주하며 쏘나타 판매량을 깎아내렸다.
현대차는 얼굴을 바꾼 신형 쏘나타로 반전을 노린다. 신형 쏘나타 앞모습은 최근 신형 그랜저나 신형 i30 등에 적용된 캐스케이딩 그릴로 변경된다. 파워트레인이 바뀌지는 않지만, 기존 구형 이미지를 어느 정도 타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광국 부사장은 그랜저IG와 마찬가지로 신형 쏘나타 역시 ‘체험형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다. 그랜저IG는 30~40대 젊은 고객들을 중점 공략하기 위해 기존 대비 3배 이상 시승차 운영을 늘렸다. 또한 전국에 23개 지역 지역본부단위로 신차소개 및 시승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한국GM과 르노삼성 역시 시승 체험 프로그램 확장을 포함한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쏘나타에 맞불 작전을 펼 계획이다. 이 같은 견제 앞에 쏘나타가 신차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경우, 이 부사장 역시 곽진 부사장과 같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26일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 전 고문은 “영업 전문가였던 김충호 사장이 용퇴하고 지난해 곽진 부사장까지 퇴임했다. 영업능력만으로 승진을 노릴 수 있는 경영환경이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이라며 “그러나 품질문제나 내수침체 등의 어려움은 어느 특정 간부의 범위를 벗어나는 영역인 만큼 (이광국 부사장 부임으로) 실적이 크게 반등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