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이광국 카드’ 성공할까

내수침체 타개가 관건…쏘나타 실적에 '전략통' 이광국 부사장 명운 걸려

2017-01-26     박성의 기자
그래픽=김태길 미술기자
업계 예상대로였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노조 파업과 신흥국 판매 부진이라는 악재 속에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 2010년 이후 6년만에 5조원대로 고꾸라졌다.전문가들은 현대차 실적회복 열쇠말로 내수판매 회복을 꼽는다. 지난해 새롭게 국내영업본부 수장으로 부임한 이광국 부사장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현대차가 소위 ‘영업통’으로 꼽히던 곽진 전 국내영업본부장을 퇴임시키고 전략가로 통하는 이광국 본부장을 내세운 가운데, 이 본부장이 내수난국 돌파를 위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린다.

◇ 실전 대신 지략 택한 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10월 14일 기존 곽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을 자문으로 위촉하고 현대와싱턴사무소장 이광국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 국내영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5조1935억원으로 전년 대비 18.3% 급감했다고 25일 공시했다. 매출은 93조6490억원으로 1.8%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12.1%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5.5%로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고된 결과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전년 대비 7.8% 감소한 65만6526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던 내수시장에서 판매량이 휘청이자, 현대차는 마케팅비와 판매 인센티브 등 불가피한 출혈을 감내해야만 했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해 이 같은 위기를 감지했다. 정몽구 회장이 꺼낸 것은 인사카드였다. 현대차는 지난 10월 14일 곽진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을 퇴임시켰다. 신차 판매 부진과 지난해 논란이 됐던 품질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된다. 후임으로는 ‘전략통’으로 꼽히는 이광국 전 워싱턴 사무소장을 임명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내수시장 선점을 위해 소위 물건 잘 파는 인물을 경영전면에 배치했던 ‘영업맨 완장 시대’ 종식을 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승진 0순위로 꼽히던 영업·판매 출신 간부가 숫자로서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자,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전략가를 영업일선에 내세웠다는 분석이다.

이광국 부사장은 현대차 해외전략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국내영업본부장 부임 전까지 ▲현대차 현대와싱턴사무소(전무/상무) ▲현대차 해외정책팀장(상무/이사) ▲현대차 브랜드전략팀장 (이사) ▲현대차 수출지원실장(이사대우) ▲현대차 HMUK 법인장을 거쳤다.

◇ ‘국민차’ 되살리기 관건…화두는 쏘나타

현대차가 이광국 부사장에게 기대한 바는 명확하다. 수입차와 마이너 3사 공세 속에서 현대차 독주 체제를 사수하라는 것이다.

결국 이광국 부사장의 미래는 올해 내놓는 신차 성적이 좌우할 수밖에 없다. 핵심은 지난 연말 내놓은 그랜저IG와 오는 3월 출시 예정인 쏘나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다.

이 부사장의 첫 데뷔작인 신형 그랜저IG 초반 성적은 준수하다. 현대차에 따르면 그랜저IG는 출시 후 일평균 600여대가 계약되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이달 계약 대수는 1만2000~1만3000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동문광장에서 열린 '전기차 1만대 보급돌파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광국 현대자동차 부사장(왼쪽에서 세번째). / 사진=뉴스1
이광국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22일 경기도 김포에서 진행된 신형 그랜저 공식 출시행사에서 “현대차 내에서 그랜저 브랜드는 월 1만대 이상 판매를 유지하는 중요한 차량”이라며 “그랜저는 신형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중대형 시장도 함께 성장해왔던 만큼, 중대형차량 시장의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신형모델인 그랜저IG보다는 부분변경 모델인 쏘나타 성적이 관건이다. 현대차 쏘나타 판매량은 지난해 8만2208대로 1년 전 대비 24%가량 감소했다. 한수 아래로 평가받던 르노삼성차 SM6가 5만7478대 판매되며 기대이상 성적을 거뒀고, 여기에 한국GM 말리부까지 판매량이 쾌속질주하며 쏘나타 판매량을 깎아내렸다.

현대차는 얼굴을 바꾼 신형 쏘나타로 반전을 노린다. 신형 쏘나타 앞모습은 최근 신형 그랜저나 신형 i30 등에 적용된 캐스케이딩 그릴로 변경된다. 파워트레인이 바뀌지는 않지만, 기존 구형 이미지를 어느 정도 타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광국 부사장은 그랜저IG와 마찬가지로 신형 쏘나타 역시 ‘체험형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다. 그랜저IG는 30~40대 젊은 고객들을 중점 공략하기 위해 기존 대비 3배 이상 시승차 운영을 늘렸다. 또한 전국에 23개 지역 지역본부단위로 신차소개 및 시승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한국GM과 르노삼성 역시 시승 체험 프로그램 확장을 포함한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쏘나타에 맞불 작전을 펼 계획이다. 이 같은 견제 앞에 쏘나타가 신차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경우, 이 부사장 역시 곽진 부사장과 같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26일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 전 고문은 “영업 전문가였던 김충호 사장이 용퇴하고 지난해 곽진 부사장까지 퇴임했다. 영업능력만으로 승진을 노릴 수 있는 경영환경이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이라며 “그러나 품질문제나 내수침체 등의 어려움은 어느 특정 간부의 범위를 벗어나는 영역인 만큼 (이광국 부사장 부임으로) 실적이 크게 반등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