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장 덕 본 기아차, 인도 덕도 보나
해외 판매 전년 대비 10.7%↑… NAFTA 재협상 탓에 멕시코공장 '빨간불'
기아자동차가 선방했다. 기아차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6% 늘었다. 성장 이면에는 해외공장 성장이 있다. 중국, 멕시코 등 해외공장이 기아차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기아차는 연내 인도공장 신설로 해외공장 성장 ‘굳히기’에 들어간다.
26일 기아차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지난해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기아차 지난해 해외공장 판매대수는 146만7284대로 전년 대비 10.7% 늘어났다. 기아차는 중국 공장 가동률 향상 및 멕시코 공장 가동 본격화를 해외공장 판매 실적 상승의 원인으로 꼽았다. 기아차 전체 판매에서 국내 공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56.6%에서 지난해 51.4%로 감소했지만, 해외공장 비중은 43.4%에서 48.6%로 확대됐다.
지난해 기아차는 해외공장에서 모두 호실적을 달성했다. 중국 공장 판매대수는 65만대로 2015년 대비 5.5% 상승했다. 미국 공장에서는 37만2000대를 팔며 전년 대비 0.4% 상승을 이뤘다. 유럽에서는 34만대를 팔며 전년대비 0.5%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최초 가동을 시작한 멕시코 공장에서 10만5000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멕시코 공장은 기아차 지난해 전체 판매에서 3.5%를 차지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대비 올해 멕시코 공장 판매 실적이 138%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멕시코 공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냥 낙관하기엔 멕시코 공장 변수가 있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탓이다. 트럼프의 반(反) 멕시코 정책은 기아차가 멕시코 현지 공장에 걸고 있는 기대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기아차는 북미 및 중남미 시장 개척을 위해 멕시코 공장을 설립했다. 기아차는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 80%를 미국과 캐나다로 수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의사를 밝히면서, 기아차가 기대한 무관세 혜택이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기아차 가격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업계에서도 이렇듯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려는 미국 탓에 멕시코 공장 생산 능력 확대가 불확실하다고 전망한다. 박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트럼프 신정부의 보호무역정책 강도에 따라 기아차 멕시코 신공장 실적은 회사의 기존 계획과 추정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차는 연내 인도 공장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침체된 와중에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9% 성장했다. 올해에는 약 7%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성장 여력이 충분한 인도에 기아차는 현재 공장이 없다. 인도는 자동차 수입 관세가 125%나 붙는다. 완성차 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갖고 현지 판매를 하려면 인도 내 공장 설립은 필수다. 현대차는 지난해 경영실적에서 인도공장 덕을 봤다. 현대차 인도공장 판매 실적은 전년 64만3000대에서 지난해 66만2000대로 증가했다. 매출액도 전년 대비 10.7%나 늘었다.
기아차 인도 공장 준설 계획은 지난해부터 나왔다. 인도 신공장 부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4~5곳이 후보에 올라있다. 그중 동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州) 타다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가 지을 인도공장은 이는 미국, 중국, 슬로바키아, 멕시코에 이은 다섯 번째 해외 공장이 된다. 연산 30만대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 공장이 가동되면 기아차 글로벌 생산능력은 360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전체 생산량 중 해외 생산 비중도 50%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알려진 바와 같이 인도 시장은 중국 다음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다. 최근 화폐개혁 이후 수출 증가가 둔화되긴 했지만, 안정화가 되면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현대캐피탈이 올 하반기부터 인도에 자동차 할부 금융을 투입하면, 인도 시장 내 자동차 판매는 더 원활해질 것이다. 기아차는 이러한 가능성을 보고 인도공장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