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일부 지급 나선 생보사
삼성·교보·한화 등 "일단 제재 피하고 보자"…금감원 다음 달 제재 수위 결정
삼성·교보·한화생명이 금융당국 제재를 피해 자살재해사망보험금(이하 자살보험금) '일부지급'을 결정하고 지급에 들어갔다. 빅3 생보사가 지급하기로 한 금액은 전체 금액의 20% 수준이다. 이에 소비자 보호와 미지급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교보·한화생명은 예정대로 이사회를 열고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을 결정한 뒤 지급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은 지난 16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2012년 9월 6일부터 2014년 9월 4일까지의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2011년 1월 26일부터 2012년 9월 5일까지 보험금에 대해서는 자살예방재단에 기금으로 내기로 했다.
삼성생명이 지급하기로 한 자살보험금은 300억~400억원, 재단 출연금은 200억원 수준이다.
삼성생명이 2011년 1월 26일 이후로 지급 기준을 잡은 것은 금감원의 '징계'를 피하기 위해서다. 보험업법에 기초서류위반 항목이 반영된 시점이 2011년 1월 24일이다. 이때부터 보험사가 고의로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거나 미지급하면 제재를 받는다는 내용이 법제화됐다. 이에 2011년 이전부터 미지급된 자살보험금을 내지 않아도 금융당국이 처벌할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삼성생명에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삼성생명은 2012년 9월 6일 이후 발생한 자살보험금은 보험금 형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삼성생명에 최초로 자살보험금 지급명령을 한 지난 2014년 9월 5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소멸시효(2년) 기간을 감안해 2012년 9월 6일 이후 사망한 건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자살방지기금 형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전액 지급이 주주에 대한 배임이 될 수 있다"며 "대법원에서 소멸시효를 인정한 만큼 전액 지급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화·교보생명도 2011년 1월 24일 이후 건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한다. 교보생명은 배임 문제를 우려해 보험금이 아닌 '위로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기로 했다가 다시 보험금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재결정했다.
빅3 보험사가 미지급한 보험금 총액은 삼성 1608억원, 한화 1050억원, 교보 1143억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생명 등 빅3 생보사가 2011년 이후 건에 발생한 보험금만 지급하기로 하면서 전체 미지급된 자살보험금 중 20%만 지급하게 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전액 지급하기로 한 생보사 관계자는 "결국 지급 규모를 줄인다는 건 미지급해온 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행동이 아니다. 금감원 징계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보험 가입자를 차별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ING·신한·메트라이프·PCA·흥국·DGB·하나 등 7개 생보사는 대법원의 판결 이전에 자살보험금을 자발적으로 지급했다. 알리안츠·동부·현대라이프·KDB생명은 대법원 판결 후에도 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한 바 있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빅3 생보사 결정 사항을 검토해 다음 달에 제재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또 자살보험금 미지급 생보사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인허가 취소 및 CEO 해임권고 등 강력한 중징계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금감원 보험감독국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일부 지급을 결정한 것과 제재 수준은 별개"라며 "생보사 지급 결정에 따라 제재 수위가 달라지겠지만 일부 지급 건과 관련해선 제재심의위원장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