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고도 못 남긴 헛 장사’ 현대·기아차
판관비 증가에 영업이익률 연속 하락세…전문가 “바닥에 떨어진 내수시장 신뢰부터 바로 세워야"
반전은 없었다. 현대·기아자동차 지난해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내수 침체 속에 노조가 파업을 단행하면서 국내 공장 가동률이 떨어졌다. 고급차와 친환경브랜드를 신설하며 마케팅비와 경상연구비를 늘린 것도 실적 발목을 잡았다.
기아차가 니로와 K7 등 신차 출시를 바탕으로 영업이익과 매출을 끌어올렸지만, 기업 내실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영업이익률 추락은 막지 못했다.
올해 역시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가시밭길’ 경영환경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 실적 회복 열쇠말로 내수 판매량 회복을 지목하고 있다.
◇ 형 보다 나았던 기아차
기아차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 5322억원과 매출 12조9147억원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2015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3.5%, 1.0% 증가한 수치다.
내수부진과 신흥시장 침체에도 스포티지, 쏘렌토, 모하비 등 레저용 차량(RV) 판매가 늘어난 게 주효했다. RV는 세단 보다 수익성이 높다. 지난해 RV 판매 비중이 전체의 37.8%로 2015년(34.3%)보다 3.5%포인트 상승했다. 여기에 니로와 K7 등 신차도 꾸준히 팔려나갔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시장 판매량 증가도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미국과 유럽은 새로 선보인 스포티지 효과에 힘입어 판매량이 각각 3.5%, 13.1% 늘었다. 중국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호조를 보이며 판매고가 5.5% 늘었다.
지난해 기아차 총 판매대수는 전년대비 1.0% 감소한 301만8093대였다. 국내 시장에서는 전년보다 1.2% 늘어난 53만342대를 팔았다. 다만 수출 대수는 101만7767대로 전년보다 15.1%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2조9147억원, 5322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 3.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가 지난해 4분기 신흥국 경기 부진과 내수시장 위축, 파업 장기화 여파라는 삼중고 속에 영업이익이 1조2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6% 급감한 것과 비교하면 기아차는 선방한 셈이다.
◇ 영업이익률 하락에 현대·기아차 깊어진 고민
현대·기아차 가장 큰 고민은 영업이익률이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액에 대한 영업이익 비율이다. 즉, 영업이익률은 영업활동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기업 성과를 판단하는 잣대로 쓰인다.
현대·기아차 수익성은 매년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보다 실적이 나았다는 기아차마저 영업이익률 하락은 막지 못했다. 차를 많이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는 셈이다.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 ▲2012년 10.0% ▲2013년 9.5% ▲2014년 8.5% ▲2015년 6.9%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대비 1.4% 포인트 하락한 5.5%를 나타냈다.
기아차 영업이익률도 ▲2011년 8.1% ▲2012년 7.5% ▲2013년 6.7% ▲2014년 5.5% ▲2015년 4.8%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전년보다 0.1%포인트 감소한 4.7%로 집계됐다.
현대·기아차 영업이익률이 매년 떨어지는 핵심 요인은 판매 확대를 위해 쓴 비용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일본 자동차사가 엔저를 등에 업고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리자, 이에 대응코자 자동차 인센티브 비중을 늘린 게 마케팅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현대차는 미국에서 업체 간 판매 경쟁이 격화되면서 대당 평균 인센티브가 3350달러까지 치솟아 판매 보증 관련 판관비는 지난해 전년 대비 18.5% 급증했다.
이외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며 고정비가 상승한 것도 영업이익률 하락을 부추겼다. 박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친환경차 등 차세대 제품 라인업 구축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큰 반면 매출 성장은 정체하고 있다“며 ”고급차 브랜드 론칭에 따른 비용 부담도 실적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브라질 및 중국 등 신흥국 경기부진과 노조 파업 등 외부요인이 경영난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와 환율 등의 외생변수도 부정적이었다고 덧붙인다. 기업 내부의 문제보다는 ‘바깥 일’이 부진의 씨앗이 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이 비단 현대·기아차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같은 상황에서 현대·기아차가 경쟁사에 비해 ‘덜 남는’ 장사를 한다는 것은 경영진의 판단 착오일 수 있다는 얘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 실적의 가장 큰 문제는 내수판매가 예전만 못하다는 데 있다. 내수차별 문제나 품질 논란을 현대차가 회피한 탓”이라며 “문제를 직면하고 고객 서비스 인식을 초심으로 돌아가 재정립해야 한다. 환율이나 일시적인 신차효과로 외부 환경이 아무리 좋아져도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판매 부진 문제를 풀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