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그룹 '이익의 함정'에 빠졌다
지난해 순이익 증가 불구 수익성 지표는 하락세…위기에 취약, 핀테크·타업종 간 융합 등 해답 찾아야
국내 금융권이 발표할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순이익 2조원을 기록하며 금융권 순이익 '2조원 클럽'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늘어난 순이익과 달리 수익성 지표들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이 '이익의 함정'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9대 은행들이 발표할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금융위기 이후 9년만에 10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실적발표를 한 하나금융그룹만 봐도 당기순이익이 급증했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하나금융 당기순이익은 1조3451억원이다. 전년보다 47.9% 급증한 수치다. 지난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래 연간 기준으로 최대 실적이다.
금융권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실적은 내달 8일 발표된다. 이어 KB금융지주·BNK금융(9일), JB금융·광주은행(10일), IBK기업은행(14일)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지주와 KB금융 지난해 순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8.2%, 33.9%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두 지주 모두 2조원 순익을 기록할 예정이다. 국내 금융사의 '순이익 2조 클럽'을 열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 순이익 추정치도 1조원대를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1조 클럽'을 무리없이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 등 상장된 9개 금융사가 발표할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0조를 넘어설 전망이다. 9개 금융사는 지난 2007년 10조6277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2009년 순이익은 4조900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이후 순이익은 10조원을 뛰어넘지 못했다. 9년만에 연간 순이익 1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지방은행인 광주은행도 80% 늘어난 1052억원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JB금융 순이익도 전년보다 36.6%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DGB금융 순이익은 전년보다 2.7%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익의 함정'에 빠진 금융권…자산 커가는데 수익성 지표는 하락
국내 금융권 순이익은 늘어나고 있지만 수익성 지표는 반대로 하락세다. 금융권이 수익 사업을 다양화하지 못한 탓이다. 반대로 이자이익, 인력 감축 등 전통적인 방식에만 힘써 수익을 발생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은행 순이자마진(NIM)은 1.54%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0.04%포인트 떨어졌다. 국내은행 순이자마진은 2012년 2.1%에서 2013년 1.87%로 떨어지면서 2%대가 무너졌다. 이후 계속 하락하며 2014년 1.78%, 2015년 1.58%로 하락세였다.
지난해 3분기 국내은행 평균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21%다. 2012년 0.47%보다 0.26%포인트 내려갔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2.9%에 불과했다. 미국 상업은행 평균(ROA 1.04%, ROE 9.26%)보다 아주 낮은 수준이다.
반대로 국내은행 총자산은 지난해 6월 말 2500조원를 기록했다.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반대로 수익성 지표는 하락세였다. 은행권이 '이익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국내 은행이 이익의 함정에 빠져있다"며 "비이자이익, 비은행부문 성장이 시급하다. 수익구조 다변화가 없이 금융 위기를 맞으면 은행 실적이 급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은행들이 비이자이익, 비대면 채널 강화,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 등을 모두 말하고 있다. 해법은 맞지만 쉬운 길이 아니다"라며 "누구나 아는 해법을 이야기한다는 건 금융권이 혁신적인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핀테크 등 스마트뱅킹 확대만 아니라 일반 기업이나 정부, 사회 단체 등 타업종과 융합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