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점 멈춘 대형마트, 규제 늘고 성장세 하락

이마트·롯데마트 신성장 동력 집중

2017-01-24     김지영 기자
국내 대형 할인마트들이 올해 신규 점포 출점을 포기하고 나섰다. 업계 1위 이마트는 신규 점포를 내지 않기로 했다. 홈플러스 역시 아직까지 신규 점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이미 준비된 지점 이외에 추가 출점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때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공격적으로 출점 경쟁을 벌이던 대형마트 성장시대가 막을 내렸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저성장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함께 유통 채널 다변화로 인한 매장 실적 감소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마트에 대한 출점 규제가 강화된 것도 이유다.

대형마트 업계는 기존 점포의 내실화를 다지며 신성장 동력을 찾아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마트는 대형마트 대신 창고형 할인점 출점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 대형마트 출점절벽 시대… 규제 강화, 유통환경 변화 등 요인  

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대형 마트가 출점 절벽에 다다랐다. 국내 대형 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는 올해 신규 점포를 내지 않기로 했다. 1993년 11월 서울 도봉구에 국내 대형 마트 1호점인 창동점을 개장한 뒤 24년 만에 처음이다. 이마트는 매년 10개 안팎의 점포를 새로 내면서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해왔다.

모바일 등 온라인 쇼핑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고 대형 마트 영업 규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 하반기 경기도 고양·군포·김포에 개장하는 창고형 할인 매장 트레이더스 3곳을 제외하고 새 점포를 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이마트 점포는 147곳, 트레이더스는 11곳이다.

이마트는 2001년 점포 16곳을 새로 내는 등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펼쳤다. 홈플러스 역시 올해 신규 출점 계획은 없다. 홈플러스는 지난해에도 12월 파주 운정점을 한 곳을 여는데 그쳤다. 롯데마트는 올 상반기에 서울 양평점을 열고 하반기 중 대구 칠성점 개장을 추진 중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난해와 그 전년도의 출점 계획이 이미 완료된 지점의 개장 말고 올해 새로 계획된 출점 지역은 없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의 이같은 추세는 출점자체가 어려워진 탓도 있다. 2012년 대형 마트 의무휴업제가 본격화됐다. 전통 시장과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해 월 2회 휴업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 함께 전통시장 인근 출점 제한, 신규 출점시 인근 중소상인과 상생협의 의무화 등 대형마트의 자유로운 출점이 어려워졌다. 유통산업발전법 이후 대형마트의 신규 점포가 연간 1~5개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런 영향 등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대형마트 업계는 의무휴업제가 본격 도입된 2012년 이후 급격히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업계관계자는 “대형마트 출점 승인과정이 까다로워져서 업체에서 출점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프라인 채널 자체의 성장 절벽도 한 이유다. 2013년부터 대형마트 시장의 성장률은 0.3~1.6%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했다. 기존점만 놓고 보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여기에 빠른 배송과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온라인몰로 소비자들이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경쟁력을 떨어지게 됐다.

◇ 신성장 동력에 집중

대형마트는 국내 출점을 통한 외형확장, 접근성 증대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기존 점포의 내실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이마트의 경우 트레이더스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고 있다. 롯데마트는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출점에 눈을 돌렸다.

이마트는 대형마트와 달리 트레이더스는 2017년에도 3개점의 신규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2016년 총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4.2% 증가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16년말 기준 트레이더스 점포수는 11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미 포화상태인 할인점보다 출점 여력도 충분하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기존 점포의 내실화로 선회했다. 이마트는 출점 대신 PB제품인 PEACOCK(피코크), 일렉트로마트(체험형 가전매장) 등 소비자 방문유인 제공을 통한 기존 할인점 내실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시장점유율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롯데마트는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중국에 116개 점포, 인도네시아 44개 점포, 베트남에 13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출점 규모가 117개 점포인 국내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롯데마트는 2017년까지 글로벌 점포 300개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 현지 대형마트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해외 점포 출점에 연착륙했다. 지난 2008년 중국에서 네덜란드계 대형마트인 마크로 8개 점포, 같은해 11월에는 인도네시아 마크로 19개점을 인수해 자연스럽게 두 나라의 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중국내 시장 장악을 위해 대형마트 타임즈를 인수하면서 점포를 확대했다. 공격적인 투자와 해외 출점이 지속되고 있다보니 아직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중국 등 해외 적자 폭이 지난해 대비 100억원 가량 축소되고 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출점이 없다는 이유로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포화 상태에 이른 대형마트 출점 보다는 성장성이 있는 새로운 동력을 찾기 위해 선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