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없는’ 페라리의 소리 없는 질주

'몸값 수억' 테일러 메이드 출고 즉시 완판…판매량 비공개가 신비주의 부추겨

2017-01-24     박성의 기자
페라리 국내 공식 수입사 FMK는 ‘서울의 밤’을 테마로 제작한 캘리포니아 T 기반의 국내 최초 테일러 메이드(Tailor made) 차량을 서울 청담 전시장에 공개했다고 24일 밝혔다. / 사진=FMK

이탈리아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가 국내 슈퍼카 시장에서 ‘소리 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경기 불황에, ​몸값이 수억 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싸지만 내놓는 모델마다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페라리가 본사 지침을 근거로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는 ‘신비주의’가 슈퍼카 오너들의 구입 욕구를 부추기는 일종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라리 국내 공식 수입사 FMK는 ‘서울의 밤’을 테마로 제작한 캘리포니아 T 기반의 국내 최초 테일러 메이드(Tailor made) 차량을 서울 청담 전시장에 공개했다고 24일 밝혔다.

페라리 테일러 메이드는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을 반영한 맞춤 자동차를 제작하고 싶은 고객들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페라리 고유 프로그램이다.

페라리 테일러 메이드가 국내 시장에 들어온다는 소식에 국내 슈퍼카 마니아들이 들썩였다. 페라리는 연간 글로벌 판매량을 7000대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그만큼 희소성이 높다. 이 탓에 한정판 모델의 가치는 수억에서 십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국내 최초로 페라리 테일러 메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캘리포니아 T는 우아하고 역동적인 '서울의 밤'을 테마로 담아 전 세계 1대만 특별 제작됐다. 가격은 비공개다. 다만 캘리포니아 T 모델 가격이 2억7800만원을 호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4억원 내외를 넘나들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페라리 관계자는 "테일러 메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차량을 제작 주문하는 모든 고객은 페라리 본사 디자이너와의 1대 1 협업을 지원받고, 자동차의 디테일이 모두 결정되면 차량을 인도받을 때까지 제작에 관련된 모든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라리 테일러 메이드는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을 반영한 맞춤 자동차를 제작하고 싶은 고객들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페라리 고유 프로그램이다. / 사진=FMK

한정판 캘리포니아 T는 국내에 들여오자마자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자 신상 및 판매가격, 시기 등은 철저히 비공개로 붙여졌다.

업계에서는 페라리의 이 같은 ‘신비주의’가 판매량 상승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라리는 본사 지침에 각 지역별 판매량 및 모델 가격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100여대 내외로 알려져 있지만, 이 역시 업계 추측일 뿐 세부판매량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국내 슈퍼카 마니아들 사이 페라리는 ‘없어서 못 사는 차’가 된 만큼, 국내 페라리 판매량은 매년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4일 페라리 관계자는 “자세한 실적은 공개할 수 없지만 적어도 (판매량이) 오름세인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페라리는 작년 파리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GTC4루쏘 T를 다음 달 국내에 내놓는다. / 사진=FMK
2년 전 페라리 차량을 구매한 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김환병(42·익명)씨는 “페라리는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차가 아니다. 대기기간이 길고 주문과정도 까다로운 만큼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만 구매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런 복잡한 과정이 차량 희소성을 높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슈퍼카는 경기 불황과는 관계가 없다. 구매자가 차량 가격대에 구애받지 않고 더 좋은 성능을 원하는 부유층이기 때문”이라며 “최근 국제 모터쇼에서 값 비싼 슈퍼카와 고성능 차량이 대거 선보인 것도 이 같은 고정 수요층이 있는 덕이다. (슈퍼카) 인기는 식지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페라리는 작년 파리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GTC4루쏘 T를 다음 달 국내에 내놓는다. 3.9ℓ 8기통 터보 엔진을 장착해 최대출력 610마력, 최대토크 77.5kg.m의 성능을 내며 4인승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