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권오준 회장 연임 유력
실적 호전시킨 경영능력 높게 평가…“최순실게이트 영향 크지 않을 듯”
2017-01-24 원태영 기자
2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권 회장은 25일 열리는 포스코 이사회에서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는 권 회장을 단독후보로 놓고 차기 회장으로서 자격을 심사하고 있다.
CEO후보추천위원회가 권 회장의 연임에 찬성하면 25일 이사회에서 승인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 권 회장의 연임 여부는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권 회장은 최근 CEO후보추천위원회와 면담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적극 해명했고 어느 정도 설득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경영실적 개선에 큰 역할
권 회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최근 구조조정을 비롯해 경영성적표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2014년 취임 당시만 해도 현장보다는 주로 연구소에서 경력을 쌓았다는 점에서 경영능력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철강산업의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인해 포스코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점도 권 회장에겐 좋지 않은 징조였다. 포스코는 2012년부터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0년 11.6%에 달한 영업이익률은 2012년 5.7%로 반 토막이 났다.
그러나 일각의 우려를 엎고 권 회장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월드프리미엄(WP) 제품 등 새로운 먹거리 개발을 통해 포스코를 재기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포스코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343억원으로, 4년 만에 ‘1조 클럽’에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52.4%와 115.6%가 늘었다. 2015년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8.9% 줄고 영업이익은 58.7% 증가했다.
권 회장은 2014년 이후 54개 계열사와 44건의 자산을 정리 또는 매각해 총 98건의 구조조정을 완료했다. 권 회장은 2017년까지 95개 계열사와 54건의 자산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상태다.
몸집을 줄인 포스코는 월드프리미엄(WP) 제품과 솔루션 마케팅에 집중했다. WP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일반 제품에 비해 이익률이 10% 가량 높다. 포스코 전체 철강재 판매에서 WP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해 1분기 36.5%, 2분기 37.7%, 3분기 39.6%, 4분기 39.7% 등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44.5%를 기록했다. 지난 3분기에는 48%까지 늘어났다. 포스코는 이를 50%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부채비율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14년 2분기 연결기준 86.8%였던 포스코의 부채비율은 지난 3분기 70.4%까지 떨어졌다. 차입금도 26조9740억원에서 21조7612억원으로 줄었다. 지난 3분기 포스코의 부채비율은 연결 회계 기준을 도입한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권 회장은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연임의사를 밝혔다. 진행하던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다. 그는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경영 계획에 대해 “지난 3년간 추진해 왔던 정책들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고 남아 있는 과제를 완수하겠다”며 “신성장동력을 찾아서 포스코가 더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역대 회장 중 1990년대 초중반 임기를 마치지 못한 황경로, 정명식 회장을 뺀 나머지 5명 모두 연임에 성공한 전적을 가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발목 잡혀
권 회장의 연임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기정사실화 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관련 기업에 포스코가 오르내렸고 권 회장의 이름도 언급됐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연임 의사를 밝힌 건 최순실 게이트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흔들렸던 전임자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커졌다. 그러나 권 회장과 최순실 간 연관성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정준양 전 회장 등 과거 정권유착 비리에 연루돼 기소됐던 포스코 관계자들이 최근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연임쪽으로 무게가 다시 기울기 시작했다.
그러다 24일 사정당국이 권 회장 선임과 관련된 조사를 다시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권 회장 연임 여부는 다시금 미궁속으로 빠지게 됐다.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특검팀은 2013년 11월 포스코가 정준양 전 회장의 후임 선임을 위해 설치한 '승계 협의회'에 참여했던 김응규 전 포항스틸러스 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권오준 현 회장의 선임과 관련된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최씨가 권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밀었고, 김 전 실장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도 '권오준 카드'를 지시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사장 이외에 다른 전·현직 임원의 소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특검이 포스코 의혹 전반을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회장 인선 과정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특검 수사에서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권 회장은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권 회장 부인인 박충선 대구대 교수와 최순실씨,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설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 “연임 유력하다”
최순실 게이트 의혹이 확실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도 업계 관계자들은 권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 이외에는 뚜렷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며 “과거 전대 회장들이 대부분 연임에 성공한 점을 비춰볼 때 권 회장의 연임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도 “포스코 내부에서도 권 회장의 평판은 좋은 편”이라며 “최순실 게이트 문제가 있지만 연임여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5일 실적발표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2012년 1월 연임을 확정했을 때와 상황은 비슷하다. 당시 포스코는 추천위 이사회와 실적발표를 병행한 바 있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실적 컨퍼런스콜에 앞서 추천위가 연임 불가를 결정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그림이라는 의견이다. 연임이 결정되면 권 회장은 앞으로 3년간 다시 포스코를 이끌게 된다. 만약 연임에 실패하면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다른 회장 후보 공모 절차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