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변경 넓힌 정지선의 패션사업 키우기
계열사 한섬 중국 고급의류시장 진출…한국 패션기업 연이은 실패담은 부담
한섬이 중국 패션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패션사업 키우기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계열사 한섬은 남녀 캐주얼 브랜드 시스템과 시스템옴므를 중국에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한섬은 지난해부터 중국 현지 유통사정을 잘 아는 기업들과 수차례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섬은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잘 지켜주면서 패션브랜드 운영 노하우가 있는 현지 기업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작년 9월 항주지항실업유한공사와 시스템 브랜드 판매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항주지항실업유한공사는 타미힐피거, 브룩스브러더스 등 수입 브랜드를 중국 전역 700여 개 매장에서 운영하고 있는 회사다.
한섬은 중국에서 고급화전략으로 승부를 볼 예정이다. 처음 오픈할 매장도 항저우 지역의 고급 백화점 내에 자리잡았다. 한섬 관계자는 “중국의 고급 의류 시장은 한국보다 크지만 아직 고급브랜드가 많지 않다”며 “시스템·시스템옴므가 고급브랜드에 속하기 때문에 중국 고가 의류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섬은 그동안 패션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매년 성장하며 그룹 내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정 회장은 2012년 한섬을 인수한 이후 한섬 키우기에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한섬을 그룹의 성장동력 중 하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SK네트웍스 패션사업 부문 전체를 3260억원에 인수하며 한섬의 덩치를 키웠다. 패션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부진한 브랜드나 매장을 철수하는 상황에서 한섬의 SK패션 인수는 업계를 놀라게 했다.
또 작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한섬을 이끌어 온 김형종 대표를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사장의 승진은 한섬 키우기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국 진출이 한섬을 한 단계 성장하게 만들 것이라고 보고있다. 일단 중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이를 계기로 향후 한섬의 다른 브랜드에 대한 중국진출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 패션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됐다는 의견도 있다. 송하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시장 진출로 한섬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며 “중국 의류시장은 여전히 1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을 제치고 최대규모의 의류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패션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한국 기업이 드물어 한섬의 중국 공략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화장품기업들이 중국에서 대박을 터트린데 반해 패션기업들은 적자를 내고 있거나 실적 부진으로 매장을 철수한 사례가 많다.
최근 패션그룹형지 계열사 형지I&C가 남성복 브랜드 본지플로어와 예작의 철수를 결정했다. LF의 베이징 라퓨마는 지난해 3분기 적자폭이 확대됐고 TBH글로벌도 지난해 3분기 중국에서 51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중국 사업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섬이 브랜드 전략 등을 잘 짜서 사업을 진행하면 중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조정윤 세종대 패션비즈니스 주임교수는 “지금까지 중국에 진출한 한국 패션기업들은 브랜딩 전략이나 상품에 대한 기획력이 부족해 부진을 겪기도 했다”며 “한섬이 이에 대한 준비를 잘하면 중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