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김기춘 주도 블랙리스트 작성‧적용”

23일 특검 참고인 출석…“김기춘 구속으로 정의사회 계기 마련될 것”

2017-01-23     고재석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 실체를 폭로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참고인 신분으로 2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로 소환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특검에 출석해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구속수감)을 정조준했다. 김 전 실장 구속을 계기로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로 돌아가는 계기가 마련됐다고도 말했다. 특히 그는 블랙리스트 작성의 몸통이 김 전 실장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23일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유진룡 전 장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 전 장관은 그간 진행된 국정조사 청문회에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었다. 다만 그는 CBS 라디오에 나와 “김기춘 전 실장을 보면 뒤통수를 때릴 것 같아 안 나갔다”고 밝힌 바 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와 (문체부) 동료‧후배들이 목격하고 겪은 모든 정보를 취합해볼 때 분명 김기춘 씨가 (블랙리스트를) 주도했다. 그 분 취임 후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수시로 수석회의(에서 비서관들에게)나 (장관인) 나에게 여러 차례 블랙리스트 (적용)에 해당하는 행위를 지시하고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날 유 전 장관은 여러 차례 김 전 실장을 ‘김기춘 씨’라고 지칭했다. 그는 “블랙리스트는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 자기네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차별하고 배제하기 위해서 작성한 것”이라며 “그 사람들에게 ‘좌익’이라는 누명을 씌워서 배제했다. 굉장히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유 전 장관은 “(김 전 실장 등이) 국가예산과 제도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상대편을) 핍박한 헌법가치 훼손행위”를 저질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덧붙여 그는 “(주도자들은) 이제 와서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 사람들은 아주 비겁하다”며 “김기춘 씨 구속을 계기로 다시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로 돌아가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다만 유 전 장관은 조윤선 전 장관이 자신을 회유하려 했다는 언론보도는 오보라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가족여행을 가기 전에 (문체부 출신인) 신현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통해 조 전 장관에게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 솔직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관련된 사람들 인사 정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날 유 전 장관은 문체부 현직 공무원들이 블랙리스트 수사에 도움을 줬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문체부에서 핍박을 받으면서까지 양심에 어긋나는 짓을 했던 사람들이 자료를 모아 나에게 줘서 (김기춘 씨 구속까지) 오게 됐다.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해서 괴롭다는 호소를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내부자들의 자료를 건네받아 이를 자신이 특검에 제출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작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문을 발표한 송수근 문체부 제 1차관(직무대행)은 “이런 행태를 미리 철저하게 파악해 진실을 국민 여러분께 밝히지 못하고 신속한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차관과 실‧국장급 공무원들은 미리 알지 못해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변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