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SUV, 랜드로버와 벌인 집안싸움서 완패
F-페이스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525대…디스커버리 스포츠 판매량의 1/4
2017-01-20 배동주 기자
인도 타타자동차가 2008년 인수한 재규어와 랜드로버가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재규어가 지난해 최초 출시한 중형 SUV F-페이스는 SUV 시장 상승세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동급 차종인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수입차 판매순위 10위에 이름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재규어 F-페이스 구매 수요 대부분이 친형제 격인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디스커버리4로 옮겨간 탓이다.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재규어 중형 SUV F-페이스는 지난해 7월 판매 시작 이후 총 525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판매량 1847대의 28% 수준이다. 재규어가 F-페이스 출시 당시 경쟁모델로 제시한 BMW X5와 비교하면 판매 부진은 더 두드러진다. X5는 지난해 7월 이후 12월까지 855대가 팔렸다.
F-페이스는 재규어가 커지는 국내 SUV 시장 대응을 위해 처음으로 선보인 SUV다. 지난해 6월 부산모터쇼에 공개될 당시 고객 관심은 뜨거웠다. 하지만 관심은 판매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F-페이스에 관한 관심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판매량 증가를 견인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 재규어랜드로버 판매 전시장서 일하는 영업직원은 “F-페이스 구매를 생각하고 전시장을 방문한 고객이 온 김에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보면 결국 랜드로버를 선택한다”고 “주력 차종이 세단인 재규어가 만든 SUV라는 흥밋거리가 관심을 끄는 데까지의 역할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규어 F-페이스 출시라는 홍보 효과를 얻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지난해 총 3689대가 팔리며 전년보다 3배 넘는 판매량 증가를 기록했다. 수입 중형 SUV 부문에서도 판매량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랜드로버는 지난해 2001년 국내에 진출한 지 16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판매 1만대를 넘어섰다.
문제는 랜드로버가 이달 디스커버리 스포츠 TD4 SE를 새롭게 출시하고 나서면서 F-페이스의 설 자리가 더욱 줄었다는 데 있다. 디스커버리 스포츠 TD4 SE는 랜드로버가 가격 경쟁력 확대를 위해 내놓은 엔트리 모델이다. 출고 가격에서 F-페이스와 판매 간섭 효과를 낳고 있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 관계자는 “F-페이스 연간 판매 목표가 1000대인 점을 고려할 때 현재 판매 추이는 만족할만한 수준”이라며 “월평균 84대 정도 팔리면 되는 상황에서 이미 월평균 판매량은 87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로서는 걱정할 것이 없다”면서 “재규어랜드로버가 F-페이스를 팔아야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나,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팔 수 있게 하는 할당 구조를 만들어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