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정치적 고려 없다"
우리은행 사외이사 3인 전화 인터뷰 …"서금회 논란 고려 안하고 갈등 조정능력 중시"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은 차기 행장 선임 요건에서 정치적 논란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능력과 비전 등 실력만으로 최종 후보를 선정하겠다는 뜻이다. 우리은행 내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간 갈등 조정 능력도 고려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우리은행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 19일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자를 6명으로 압축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동건 우리은행 영업지원그룹장,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김양진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윤상구 전 우리금융지주 전무, 김병효 전 우리PE 사장 등이다.
임추위는 오는 23일 후보들을 대상으로 1차 면접을 실시한다. 후보들은 경영계획, 리더십, 비전 등을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발표한다. 1차 면접에서 후보군을 2~3명으로 더 줄인다.
우리은행 임추위원들은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차기 행장 최종 후보를 선택한다. 노성태 이사회 의장(한화생명 추천), 신상훈 사외이사(한국투자금융지주), 박상용 연세대 명예교수(키움증권),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IMM PE), 텐즈핑 중국 베이징 푸푸다오허 투자관리유한공사 부총경리(동양생명) 등이다.
A 사외이사들은 차기 행장 선임 요건으로 정치적 이슈를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이광구 현 행장의 서금회 논란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사외이사는 "최종 후보 선택에서 각 후보들의 정치적 이슈는 고려 사안이 아니다. 이광구 행장의 서금회 논란도 마찬가지다"며 "현직 프리미엄도 없다"고 말했다.
B 사외이사도 "서금회 논란이나 영남대 출신 등 정치적 이슈는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후보들 업적, 경력, 적성, 비전을 중점에 두고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C 사외이사는 "서금회 등 설로만 나오는 얘기들은 증거를 가지고 따져봐야 한다"며 "사외이사들이 수사기관이 아닌 상황에서 설만 가지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가올 대선 이후 새 대통령과 차기 우리은행장과 궁합도 고려 대상이 아니다. 차기 행장 선임은 정치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사외이사들은 차기 행장 요건으로 우리은행 내부 한일은행·상업은행 출신 간 갈등 조정 능력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A 사외이사는 "23일 1차 면접에서 행장 후보들이 우리은행 경영 비전과 문제 의식, 해결 방법 등을 발표한다"며 "이 때 출신 은행 간 갈등 조정 능력, 탕평 인사 방안 등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A 사외이사는 "상업은행 출신과 한일은행 출신이 한번씩 번갈아 행장이 돼야 한다는 논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런 논리를 주장하는 후보는 감점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추위는 오는 25일 후보자 최종 면접을 실시하고 이날 최종 후보를 발표할 계획이다. 차기 행장 임기도 같은 날 정하기로 했다.
A 사외이사는 "최종 면접은 사외이사들이 미리 정해 놓은 우리은행 관련 주제 4~5개를 각 후보자와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며 "이 때 구체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후보자를 최종 후보로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후보의 비전과 계획을 통해 차기 행장의 임기도 그에 맞춰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화 연결이 된 사외이사 3명 모두 차기 행장 선임에 대해 정부 외압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후보들 간 물밑 경쟁은 치열하다. 상대 후보들의 정치적 이슈에도 민감한 입장을 밝혔다. 한 우리은행 관계자는 "서금회 논란에 휩싸인 이광구 행장이 연임하면 새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기 힘들다"며 "한일은행 출신들의 반발과 소외가 더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다른 내부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우리은행 관계자는 "서금회는 친목단체일 뿐이다. 그 중 일부는 정치색을 가졌으나 이광구 행장은 그렇지 않다"며 "현재 우리은행 직원의 80%가 통합 세대다. 한일, 상업 출신 갈등에 대한 관심은 고위직 인사를 제외하고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후보가 사외이사에 접근하는 일도 있었다. 한 사외이사는 "한 후보가 지인을 통해 좋은 소리를 내 달라고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