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행정에 친환경차 이용 국민 ‘분통’
지자체 지역 등록 친환경차만 혜택…“상위 법률인 주차장법 공통 감면 규정 시행해야”
2017-01-17 배동주 기자
정부가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해 공영주차장 이용료 50% 감면 정책을 내걸었지만, 전국 공통 시행이라는 방침과 달리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공영주차장 이용료 감면 혜택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차장 이용료 감면과 관련한 지자체 조례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지자체에 따라 할인율 및 적용 가능 차량을 다르게 설정하고 있어 국민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모두 친환경차에 속하지만, 전기차는 되고 하이브리드차는 주차요금 감면이 되지 않는 식이다. 이에 지자체의 늑장 행정과 이를 방조한 정부의 방만한 정책 운영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월 주차장법을 일부 개정하고 같은 해 7월 경차 혜택과 동일하게 공영 주차장 이용료의 50%를 감면해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공영주차장 주차요금과 징수방법은 해당 지자체 조례로 정하되 친환경 자동차 주차 요금은 조례와 관계없이 50% 이상 감면하라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대전광역시와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양산시,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순천시 등 지방 주요 지자체는 정부 지침과 달리 전국 공통 할인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광역시는 수도권 대부분 지자체가 공영주차장 50% 감면 혜택을 적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30%에 불과한 이용료 감면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기영(34) 씨는 지난해 11월 부산대역 공영주차장에 하이브리드차를 주차했다가 지자체 조례상 지역 등록 차량이 아니면 할인이 안 된다는 이유로 요금 감면을 거절당했다. 김 씨는 “주차장 관리원이 부산은 부산 지역 저공해 등록 차량만 가능하다며 할인해줄 수 없다고 해서 그냥 돌아섰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조례에 친환경차 공영주차장 할인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상위 법률인 주차장법에서 감면해주도록 규정된 부분은 우선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구광역시는 지난해 9월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공영주차장 요금 감면 혜택 미적용 지역으로 신고돼 상위 법률을 우선 적용하라는 정부 지침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특별시장·광역시장,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설치한 공영주차장 운영과 관련한 세부 지침은 여전히 지자체 의결 조례를 기준으로 한다는 데 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는 하이브리드차 배기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공영주차장 할인 적용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광역시에 거주하는 박미령(39) 씨는 하이브리드차 배기량이 1600cc를 넘어선다는 이유로 공영주차장 요금 감면 혜택을 받지 못했다. 박 씨는 “친환경차 주차요금 감면을 요청하자 대뜸 배기량부터 물어왔다”면서 “1600cc 이하는 되지만, 1600cc 이상 하이브리드차는 감면이 안 된다며 차량 앞에 붙은 저공해차 인증 스티커는 확인도 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주차장법 일부 개정안을 시행하며 구·군청에서 등록한 저공해차 인증 차량에 대한 주차요금 감면 혜택 일괄 적용토록 한 것과 대조된다. 이에 대해 대구광역시 관계자는 “전국 공통 적용은 시행하고 있지만, 기타 감면과 관련한 세부 사항은 지자체 의결을 거친 조례에 따라 결정되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주차장법 내 같은 조항이 있는 경차는 전국 공통으로 적용하고 있는 데 반해 하이브리드차와 같은 친환경차는 지역에 따라 차별을 두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정부가 밝힌 친환경차 보급 목표치 달성을 위해서라도 정부는 정책 시행에 있어 국민 피해가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