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던파마저, 휘청거리는 넥슨

출시 당시 큰 기대감 불구 갈수록 순위 밀려…자동전투 부재·피로도 시스템 등에 유저 불만

2017-01-17     원태영 기자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혼' 대표 이미지. / 사진=넥슨
넥슨의 야심작 던전앤파이터 혼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초반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순위가 떨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기존 모바일게임과 다른 ‘피로도’ 시스템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서버 불안정 등의 문제도 유저 이탈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업데이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네오플에서 개발한 신규 모바일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던전앤파이터 혼’을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지난 12일 출시했다. 던전앤파이터 혼은 전 세계 5억명 회원을 보유한 PC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첫 3D 버전 모바일게임이다. 출시 전부터 사전예약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며 높은 기대를 모았다.

던전앤파이터 혼에는 원작 2D 그래픽의 캐릭터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3D 버전으로 최초 등장한다. 원작의 액션성에 던전앤파이터 혼에서만 즐길 수 있는 궁극기 ‘혼 스킬’도 새롭게 추가됐다.

이번 출시 버전에서는 귀검사, 마법사, 거너, 격투가 등 캐릭터 4종을 최대 60레벨까지 육성시킬 수 있다. 아울러 15레벨부터는 전직이 가능해 더욱 다양한 액션을 경험할 수 있다. 또 31종의 일반 던전을 비롯해 증명의 탑, 무한의 제단, 인공지능(AI) 레이드 등 특수 던전도 즐길 수 있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혼 출시에 앞서 메이플스토리 M, 엘소드 슬래시 등 자사가 보유한 IP를 활용해 여러 모바일게임을 출시했다. 그러나 출시 초기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장기 흥행에는 결국 실패했다. 문제는 던전앤파이터 혼마저도 앞서 출시된 게임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점이다.

넥슨이 기존에 출시한 모바일게임들 대부분은 기존 인기 IP를 차용한 게임들이다. 이에 출시전부터 유저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출시후에도 한동안 최고 매출 상위권을 기록했다. 문제는 게임운영 미흡이다. 유저들의 피드백에 대한 업데이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점차 순위가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던전앤파이터 혼은 이러한 상황에서 넥슨이 혼신의 힘을 다해 출시한 야심작이다. 그러나 출시 후 성적은 넥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기준 던전앤파이터 혼은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네시삼십삼분의 삼국블레이드가 5위, 넥스트무브의 로스트테일이 8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좋은 성적은 아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도 11위를 차지, 10위권을 벗어난 모습이다.
던전앤파이터 혼이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 사진=구글
던전앤파이터 혼은 출시전까지만 해도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에 대적할 게임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리니지2 레볼루션은 넷마블이 리니지2 IP를 활용해 만든 게임이다. 국내 게임 최초로 월 매출 1000억원 달성이 예상되고 있는 흥행작이다.

던전앤파이터 혼의 부진으로는 먼저 ‘피로도’ 시스템이 꼽히고 있다. 피로도 시스템은 유저가 게임에 장시간 몰입해서 즐기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던전앤파이터 혼에서는 던전을 플레이할 때마다 피로도가 감소, 피로다가 0이되면 더이상 해당 던전을 플레이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피로도 양이 부족해 유저들이 게임을 여유롭게 즐길수 없다는 점이다. 던전파이터 혼 공식카페에도 하루에도 수백건의 피로도관련 불만사항이 올라오고 있다. 여기에 서버불안정 문제도 더해져 유저들의 이탈을 가속시키고 있다. 특히 서버불안정 문제로 던전에서 튕기게 되면 해당 피로도도 함께 사라져 유저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저들은 자동전투 부재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던전앤파이터 혼은 조작과 타격감을 강조했다. 일반 던전의 경우, 자동 사냥이 가능하지만 메인 스토리를 깨기 위해선 직접 조작을 해야만 한다. 현재 대부분 모바일게임은 자동전투가 탑재된 상태로 출시된다. 자동전투에 대한 불만도 일부 있지만, 이미 모바일시장에선 자동전투가 탑재되지 않은 게임을 찾기 어렵다. 매출 상위권 게임 대다수도 자동전투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넥슨의 시도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게임 편의성을 너무 간과했다고 입을 모은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혼을 출시하면서 기존 원작인 던전앤파이터의 조작감과 게임성을 최대한 계승하려 노력했다. 그 결과 피로도와 수동전투 등이 생겼다. 그러나 이미 자동전투 등 편한 모바일게임에 익숙해진 유저들에게 이는 ‘불편함’으로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양대 마켓 순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같은 시기에 출시한 삼국블레이드, 로스트테일 모두 자동전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던전앤파이터 혼의 지금 성적도 나쁜편은 아니다. 다만 업계에서 예상했던 성적에 미치지 못한 것은 맞다”며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혼을 출시하면서 기존 모바일게임과 차별화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차별화가 유저들에게 불편함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