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LPG차 각광, 한국만 ‘나홀로 규제’

정치권, 규제 완화 주장…산업부, LPG 수급 불안 우려 내세워 반대

2017-01-16     원태영 기자
LPG 충전소 모습. / 사진=뉴스1

액화석유가스(LPG) 차량 보급이 친환경 기조 속에 전 세계적으로 지속 성장한 가운데 한국은 오히려 보급률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LPG 연료 사용 제한 규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정치권 등에서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LPG 차량은 지난해 7월 말 기준 223만대로 5년 전보다 23만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경유 차량이 230만 대 넘게 급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LPG 차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선진국들은 대기오염 문제를 풀기 위해 경유차를 강력히 규제하면서 LPG를 대체 청정연료로 지정해 여러 지원책을 써가며 LPG 차량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LPG협회에서 발간하는 ‘Statistical Review of Global LP Gas’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전세계 LPG차량 운행대수는 모두 2641만대로 전년대비 4.1% 증가해 연평균 9%의 꾸준한 성장세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LPG가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로 부각되면서 터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지역 중심으로 LPG차가 증가 추세를 보였으며 전년대비 7% 증가했다.

2000년 이후 LPG자동차 보급대수는 매년 평균 9% 성장했으며 충전소 운영개소 및 수송용 LPG사용량도 각각 6%, 4%씩 증가해 2000년 750만대 수준이던 LPG자동차는 2015년 2641만대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한국의 LPG 차량은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한홍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 LPG 차량 누적 보급대수는 2010년 244만 대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6월 기준 221만대로 9.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LPG 차량 연료 사용 제한을 꼽는다. LPG 차량 가운데 하이브리드카와 경차를 제외한 승용차는 일반인의 구매가 금지돼 있다. 택시와 렌터카, 공공기관 차량 외에는 장애인·국가유공자(가족)만 이용할 수 있다. 승합차 가운데서도 7인승 이상만 일반인이 구매할 수 있다. LPG 차량 구매를 제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부 의원들이 규제 완화를 위한 개정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 통과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등록 후 5년 이상이 된 LPG 자동차에 대해서는 일반 구매를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된 바 있다.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LPG가 수송용 연료로 도입될 당시에는 수급 우려로 사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셰일가스 생산에 따른 공급량 확대로 수급이 원활해지는 등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환경오염이 적다는 점도 LPG의 장점이다. 2014년 환경부의 자동차배출가스 등급산정 결과에 따르면 LPG 차량의 평균 배출가스 등급은 1.86으로 휘발류 차량 2.51, 경유 차량 2.77 보다 우수하다. 자동차배출가스 등급은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1~5등급으로 구분되고, 1등급에 가까울수록 오염물질 양이 적다. 특히 미세먼지의 주점으로 꼽히는 질소산화물의 경우 LPG가 경유의 9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해 취임 직후 첫 행보로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전국 최대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인 남서울가스 충전소를 방문했다. / 사진=뉴스1
그러나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규제 완화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용 제한 해제 시 상대적으로 싼 LPG연료 사용이 급증하면서 LPG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내 휘발류, 경유, LPG의 상대가격 비는 100대 90대 58 수준이다. 환경보호, 수송용 에너지의 편중 방지 등 정책적 고려로 휘발류에는 약 800원(이하 리터당), 경유에는 약 500원, LPG에는 약 200원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업부의 반대 이유로 유류세를 꼽는다. 상대적으로 유류세가 적은 LPG 차량이 증가하게 되면, 그 만큼 세수가 부족해지게 된다는 주장이다. 산업부는 또 LPG 차량 사용제한을 해제할 경우, 기존 장애인·국가유공자에 대한 혜택 감소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연비를 감안한 단위 연료비 당 주행거리는 LPG가 경유보다 짧아 LPG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지는 않을 거라는 반론도 있다. 산업부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1000원 당 주행거리(Km)는 휘발류(가솔린 2.0)가 8.17, 경유(디젤 1.7) 12.66, LPG(LPG 2.0) 11.94이다.

윤한홍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친환경에너지를 육성하겠다는 산업부가 언제까지 오염감축 효과가 탁월한 LPG차량 연료를 일반인들이 이용 못하게 할 것이냐”라며 “환경부도 대기오염이 가장 적은 차량연료라고 했고 공정위도 LPG차량연료 규제 폐지에 찬성하는데 유독 산업부만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윤한홍 의원은 산업부의 불합리한 LPG차량연료 규제 근거는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LPG수요 급증에 따른 가격상승으로 소비자 편익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세계 LPG공급량이 수요를 초과하고 국내 소비량 감소와 국제 LPG가격 하락세 등을 고려할 때 급격한 가격 상승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정부가 대기오염 개선, 소비자 편익 및 관련 산업 경쟁력 확보 등 국민 이익을 외면하고 일반인에 대한 LPG차량 연료 규제를 유지하려는 진의는 무엇인가, 정유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냐”며 “환경과 경제측면 등 국민 필요에 따라 차량연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