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 위기…삼성 대외 악재 해결에 '적신호'
전문가들 "애국심 마케팅 내세우면 해외투자자들 등 돌릴 것"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하는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삼성으로선 대외 악재를 해결하는데 상당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영수 특검은 16일 뇌물 공여 및 국회 청문회 위증 등의 혐의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초 특검은 영장 청구를 하루하루 미뤄 망설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으나 이변은 없었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위한 대가로 최순실 모녀에 거액을 지원하는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다고 해도 삼성전자의 내부 경영활동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삼성전자 반도체, 모바일 등 사업부는 각 부문별 CEO 체제하에 돌아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사업부는 최순실 사태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다만 삼성전자가 현재 겪고 있는 대외적 악재들을 해결하는데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삼성이라는 기업의 오퍼레이션(작동) 자체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다만 하만 인수 문제 및 주주들의 불만 및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일에 이재용 부회장이 나서지 못하게 되는 것이 삼성으로선 뼈아플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특검수사와 때를 맞춰 여러 가지 대외적 악재들이 돌출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난해 인수에 나선 자동차 전장 기업 하만은 주주들이 인수 금액을 문제 삼아 소송을 걸고 나서 자칫 인수가 불발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계열사 매각 및 해외 주요 인수합병 문제를 직접 챙기는 것으로 유명한데 지금은 그냥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출근은 하지만 사실상 대외 활동은 멈춘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삼성 주주 중 가장 중요한 네덜란드 연기금이 삼성 측에 정경유착을 끊을 방안 등을 요구하는 질의를 보냈다. 삼성으로선 3월 벌어질 주주총회에서 벌어질 엘리엇과의 싸움에 이기기 위해서라도 장기 투자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네덜란드 연기금은 그 중에서도 간사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재용 부회장으로선 한창 발로 뛰며 주주들을 설득해야할 시점에 자신이 처한 위기부터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국심이나 경제 문제 등을 내세워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사법적으로 유야무야 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면 해외 투자자들이 오히려 등을 돌릴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미 해외 투자자들은 과거 애국심 마케팅 때 실망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또 한번 비슷한 움직임이 나온다면 납득하지 못 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잘못한 것이 있으면 말끔히 털고 환골탈태하는 것이 삼성으로서도 이득”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특검은 최지성·장충기‧박상진 사장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수사키로 했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여부는 18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18일 밤 늦게나 19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