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IG 쭈글쭈글 시트에 우는 소비자들

현대차, 제품보증 규정 내세워 교체 거부…전문가 “고급차일수록 A/S 만족도 높여야”

2017-01-13     박성의 기자

현대자동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IG 일부 차량에서 가죽시트가 쭈글쭈글 우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매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자, 소비자들이 시트 무상교체 및 원인 해명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랜저IG 동호회가 시트 개선을 요구했지만 현대차는 “결함이 아니니 그냥 타라”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결과 현대차는 그랜저IG 제품 설명서에 보증기간 내 시트 주름이 발생해도 교체가 불가하다고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그랜저IG 차주들은 이 같은 사항을 인지하지 못하고 구매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출고 후 150km 주행했는데 우는 시트

서울에 사는 임시완(39·가명)씨는 지난달 27일 현대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IG를 인도받았다. 차량은 출·퇴근 후에는 쓰지 않았다. 문제는 구매 후 1주일이 흐른 지난 3일 발생했다. 팽팽해야 할 운전석 가죽시트가 벌써 늘어져 있었다. 손으로 펴보기도 하고 눌러도 봤지만 시트가 ‘쭈글쭈글’ 우는 현상은 계속 됐다.

임씨는 “장거리 운행을 했다거나 차를 오래 탔다면 당연히 시트에 주름이 질 수 있다. 그러나 출·퇴근용으로 총 주행거리가 150km도 채 되지 않는다”며 “시트 좀 운다고 해서 차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4000만원 가까운 돈을 주고 산 차인데 시트가 벌써 주름지기 시작하니 착잡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13일 그랜저IG 동호회 웹사이트에 올라온 시트 주름 현상. 게시자는 주행거리 700km에 이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 사진=그랜저IG 동호회

그랜저IG 공식 동호회에는 임씨와 같은 시트 주름현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증상은 모두 같다. 가죽 시트가 울퉁불퉁 우는 현상이다. 가죽 재질 특성상 고온이나 압력이 오랫동안 가해질 경우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랜저IG가 출시된 지 이제 막 100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주름문제가 불거졌다는 데 있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서울 및 경기지역 블루핸즈 15곳을 전화 및 현장 방문한 결과, 확인된 그랜저IG 시트주름 불만 문의만 22건이었다. 그마저도 일부 직원들이 사규 등을 근거로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 정확한 집계는 할 수 없었다.

그랜저IG 고객으로 위장해 시트 주름문제를 호소하자 블루핸즈마자 돌아온 답변이 제각각이었다. 경기지역 블루핸즈에서는 “일단 상태를 직접 봐야 안다. 시트결함이 인정되면 구입 후 3년, 주행거리 6만km 내에서 무상 교체를 해줄 수 있다”고 했다. 결함 기준에 대해서는 “정해진 건 없다. 그냥 상식선에서 이상하면 결함”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 블루핸즈 답변은 달랐다. 서울지역 블루핸즈에서는 “그랜저IG 시트는 주름이 아무리 져도 애초 교체 대상이 아니다. 제품 설명서에 기재돼 있다”며 “본사 차원의 결정으로 블루핸즈에서는 손 쓸 도리가 없다”고 밝혔다.

◇ 현대차 “얇은 가죽 탓…시트 무상교체 대상될 수 없어”


지난해 11월 출시된 현대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IG. / 사진=현대자동차
그랜저IG 공식 동호회는 전 트림에 걸쳐 시트 불량 문제가 불거지자, 현대차에 공식적인 해명 및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대차는 “가죽이 부드러운 재질이라 주름이 갈 수밖에 없다”며 개선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동호회는 추후 불만건수가 더 늘어나면 다시 한 번 개선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현대·기아차는 시트에 대한 무상보증 기간을 제품 설명서에 명시하지 않아왔다. 이에 블루핸즈 및 사업소 마다 시트에 대한 무상보증 기간을 발생 현상에 따라 임의로 달리 적용하자, 그랜저IG부터 제품 설명서에 “시트교체는 무상수리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13일 현대차 관계자는 “일반 차체나 부품은 3년/6만km 내에서 무상 교체가 가능하다. 그러나 시트는 주름이 발생해도 교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사측 원칙”이라며 “단지 현장에서 혼란이 많다보니 이 원칙을 그랜저IG부터 적시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죽은 특성상 주름이 쉽게 갈 수밖에 없다. 그랜저IG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다만 주름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원인들이 있다. 결함 여부를 판단하는 건 현장 전문가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같은 차종에서 동일한 문제가 똑같이 발생하고, 또 다수 소비자들이 이 현상을 문제라고 느낀다면 그것이 곧 결함”이라며 “특히 비싼 고급차일수록 구매 후 애프터서비스가 중요하다. 아무리 차량 품질이 좋아도 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일 경우 차량 평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